오늘 미국 방문길에 오르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대규모 선물보따리를 준비했다.

이달 초 우이 부총리가 미국에서 사들인 약 162억달러의 미국제품이 그것이다.

보따리에는 80대의 보잉기도 담겨 있다.

이번뿐만 아니다.

중국지도자의 미국방문 전에는 꼭 보잉기 구매가 이뤄졌다.

작년 9월 예정됐던 후 주석의 미국 방문은 카트리나 홍수로 성사되지 않았지만 당시에도 중국은 보잉기 52대를 사줬다.

작년 2월 G7(서방선진7개국) 재무장관 회의 직전에도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무마용'으로 60대를 구입했다.

1990년대 매년 열린 미국 의회의 대중국 최혜국대우(MFN) 연장 법안 심의 전에 보잉기 구매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곤 했다.

미국의 통상압박을 피해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보잉기 카드'가 활용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보잉기 외교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양국 사이의 간극이 더욱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제 강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심지어 미국의 안방이라고 하는 남미에 이르기까지 경제외교의 영역을 넓혀가면서 미국 내 '중국위협론'은 더욱 세를 얻고 있다.

게다가 양국은 경제통상 이외에도 정치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러시아와 손잡고 반미(反美) 라인을 구축하려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의 대만 지원,일본을 앞세운 동아시아 패권 움직임 등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후 주석의 '보잉기 보따리'가 워싱턴의 대(對)중 강경론을 잠시 누그러뜨릴 수 있겠지만, 양국간 대립구도는 보잉기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고 있다는 얘기다.

슈퍼 파워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나 이외의 슈퍼 파워는 용인할 수 없다는 미국. 두 나라의 견제와 충돌은 어쩌면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 파워 게임에 따라 21세기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국제질서도 재편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후 주석의 방미를 주시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