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씨(27)는 일본 출장을 떠나며 SK텔레콤에서 휴대폰을 빌려 해외로밍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해외로밍이란 국내에서 쓰던 휴대폰 번호를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걸 때는 물론이고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도 요금이 부과된다.

5일간의 출장 동안 김씨는 비싼 통화료를 생각해 전화 통화는 가능한 한 삼가고 받기만 했다.

하지만 출장에서 돌아온 뒤 김씨는 해외로밍서비스 요금으로만 10여만원을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김씨는 "발신자 번호를 보고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발신자 번호 표시가 정확하지 않아 스팸 전화를 가려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02년 말 현재 18만8000명에 불과했던 해외로밍 서비스 이용자는 2005년 10월 말 155만8000명으로 급증한 데 반해 서비스 부실이나 안내의 미비로 인해 이용자들이 값비싼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걸 때 비싸지는 요금이야 김씨처럼 '전화 안 걸기'로 대처할 수 있지만 걸려오는 전화의 경우는 다르다.

업무상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을 바에는 당초 해외로밍 서비스를 신청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해외로밍 서비스 이용객에게는 전화를 가려 받게 하는 발신자 번호표시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 중 LG텔레콤은 발신자 번호표시가 아예 제공되지 않는다.

번호표시가 되는 SK텔레콤과 KTF 역시 번호표시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다.

전화번호를 확인했는데도 전화를 받아보면 "부동산 정보를 주겠다"는 등의 스팸 전화인 경우가 많다.

'해외 로밍이 되고 있다'는 안내멘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KTF를 이용하는 회사원 김 모씨(30)는 독일로 출장을 떠났다가 출장 기간 내내 친구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와 각종 스팸 전화에 시달렸다.

김씨는 "해외로밍이 되고 있다는 안내 멘트가 있었더라면 전화를 건 지인들은 상대방이 외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전화를 끊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