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 밤 10시(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독일 월드컵 한국 대 토고전 경기를 앞두고 산업계가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6월 중·하순에는 국민의 관심이 월드컵 경기 결과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월드컵 마케팅 전략은 다양하다.

대체로 업계의 입장은 적극활용형,회피형,전화위복형,중립형 등으로 나뉘어진다.

건설업은 회피형을 선택한 대표주자다.

건설사들은 이 기간 중 청약 열기가 시들해질 것을 우려,사실상 신규 분양을 삼갈 방침이다.

2002년 4차 동시분양(5월7∼13일 청약)에서 10만명을 넘었던 청약자수는 월드컵 초기인 5차 동시분양(6월5∼12일)에서 7만8000명 수준으로 줄어든 데 이어 월드컵 3·4위전과 모델하우스 개장일이 겹친 6차 동시분양(7월4∼10일)에선 4만4000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정형근 대우건설 홍보팀 과장은 "올해는 지방선거와 월드컵이 이어져 모델하우스 개장 시기를 잡기가 까다롭다"며 "한국이 8강 이상에 올라가면 7월 초순까지 모델하우스를 계속 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싫은 것은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김성훈 스타즈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자칫 월드컵 기간에 공연을 시작했다가 막대한 투자비용만 날릴 수도 있다"며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문화상품 제작자들은 가급적 월드컵 기간 중 개봉 및 개막을 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진흥회 집계에 따르면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6월 당시 전국 관객수는 632만8198명으로 5월(913만8893명)보다 44%가량 급감했다.

적극활용형에는 통신 전자 은행 카드 제과 등의 회사가 많다.

월드컵이라는 국민적인 관심사를 상품이나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붉은악마 한국축구협회 등의 후원사인 KTF 관계자는 "월드컵만한 홍보 기회는 없을 것"이라며 "월드컵을 활용한 광고는 물론이고 월드컵 응원전용 단말기를 내놓고 집단응원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해외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를 각각 기용해 경쟁적으로 광고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월드컵 관련 신용카드를 만들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드보카트와 히딩크 감독을,LG전자는 박지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광고 전략을 쓰고 있다.

4년 전 극장가는 6월 관람객수가 5월보다 40% 가까이 줄어드는 아픔을 겪었다.

이 같은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극장업계에선 월드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김민지 CGV 홍보팀 대리는 "한국전이 열리는 6월13·19·24일에는 전국 모든 극장에서 무료 응원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라며 "축구시합 하기 전에 시원한 극장에서 (심야)영화를 상영하면 오히려 매출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영업에 별 지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업종들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김범성 삼성증권 홍보팀장은 "2002년 5월 말 800선이던 코스피지수가 6월 말 710으로 밀렸지만 이는 대세하락기였기 때문"이라며 "월드컵보다는 시황이 상승추세이냐 하락추세이냐에 따라 코스피지수와 거래량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영호 대한항공 홍보팀 부장도 "어차피 6월 중·하순은 항공업계 최대의 비수기"라며 "월드컵이 비행기 이용객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