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팔짱만 끼고있는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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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학살은 네 가지 조건 아래에서 벌어진다고 역사는 가르친다.
즉 전쟁이 발발하고,소수민족의 불만이 조작되거나 과장되고,평범한 시민들이 정부에 의해 학살의 대리인이 되며,다른 나라가 이를 못 본 체하는 것이다.
이 중 네 번째가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다르푸르(수단 서부지역)에선 학살이 벌어지고 있고 세계는 팔짱만 끼고 있다.
다르푸르 사태는 나의 조국 르완다에서 1994년에 벌어진 집단학살(종족갈등으로 80만명이 학살됨)과 정확히 일치한다.
국제연합(유엔)은 학살을 막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잘 무장된 평화유지군을,이라크 주둔 미군의 12분의 1 만큼만 파견했어도 손쉽게 학살을 막고 국제사회에 '민간인 학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유엔과 미국,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유럽연합은 손을 놓았다.
지금 수단에는 아프리카연합(AU)이 파견한 약 7000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은 헬기도,지프도,화기도 부족하다.
명확한 규정도 없고 수단 정부가 지원하는 민병대(잔자위드)의 학살을 막는 일보다 일당을 챙기는데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
AU는 최근 9월까지만 병력을 주둔시키고 이후에는 유엔에 (치안유지) 역할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때쯤이면 학살이 3년간 지속되는 것이며 희생자 수는 5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살인자들이 우리로 하여금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게 위협한다면 과연 이를 허용해야 할까.
미안한 말씀이지만 역사적으로 대답은 "그렇다"였다.
유엔은 (학살을 막기보다) 회원국의 주권을 공격하지 않는데 더 신경을 썼다.
"국가의 주권"이란 말은 독재자의 자존심을 위한 수사학일 때가 많고 다르푸르도 그런 경우다.
교훈은 분명하다.
유엔은 개혁이 필요하고 평화유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종 말살을 막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탱크와 지프,헬기를 학살 현장에 파견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을 만들어야 한다.
이 군대는 나약해서도,(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돼서도 안된다.
군대는 1만명 이상이어야 하고 극단적인 상황에만 파병돼야 한다.
왜냐하면 이 군대의 진정한 힘은 총이 아니라 학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진작 이런 군대가 있었다면 르완다의 비극도,다르푸르 사태의 악화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역사의 또 다른 교훈은 (학살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학살이 끝난 뒤에야 시작된다는 점이다.
학살을 막지 못한데 대한 한탄과 자성도 뒤늦게서야 나온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종족 말살을 막는 것은 국가의 주권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르푸르 사태가 끝나고 학살자들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이 글은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호텔 매니저로 많은 난민을 보호,인명을 구했던 폴 루세사바기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다르푸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학살은 네 가지 조건 아래에서 벌어진다고 역사는 가르친다.
즉 전쟁이 발발하고,소수민족의 불만이 조작되거나 과장되고,평범한 시민들이 정부에 의해 학살의 대리인이 되며,다른 나라가 이를 못 본 체하는 것이다.
이 중 네 번째가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다르푸르(수단 서부지역)에선 학살이 벌어지고 있고 세계는 팔짱만 끼고 있다.
다르푸르 사태는 나의 조국 르완다에서 1994년에 벌어진 집단학살(종족갈등으로 80만명이 학살됨)과 정확히 일치한다.
국제연합(유엔)은 학살을 막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잘 무장된 평화유지군을,이라크 주둔 미군의 12분의 1 만큼만 파견했어도 손쉽게 학살을 막고 국제사회에 '민간인 학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유엔과 미국,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유럽연합은 손을 놓았다.
지금 수단에는 아프리카연합(AU)이 파견한 약 7000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은 헬기도,지프도,화기도 부족하다.
명확한 규정도 없고 수단 정부가 지원하는 민병대(잔자위드)의 학살을 막는 일보다 일당을 챙기는데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
AU는 최근 9월까지만 병력을 주둔시키고 이후에는 유엔에 (치안유지) 역할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때쯤이면 학살이 3년간 지속되는 것이며 희생자 수는 5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살인자들이 우리로 하여금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게 위협한다면 과연 이를 허용해야 할까.
미안한 말씀이지만 역사적으로 대답은 "그렇다"였다.
유엔은 (학살을 막기보다) 회원국의 주권을 공격하지 않는데 더 신경을 썼다.
"국가의 주권"이란 말은 독재자의 자존심을 위한 수사학일 때가 많고 다르푸르도 그런 경우다.
교훈은 분명하다.
유엔은 개혁이 필요하고 평화유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종 말살을 막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탱크와 지프,헬기를 학살 현장에 파견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을 만들어야 한다.
이 군대는 나약해서도,(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돼서도 안된다.
군대는 1만명 이상이어야 하고 극단적인 상황에만 파병돼야 한다.
왜냐하면 이 군대의 진정한 힘은 총이 아니라 학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진작 이런 군대가 있었다면 르완다의 비극도,다르푸르 사태의 악화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역사의 또 다른 교훈은 (학살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학살이 끝난 뒤에야 시작된다는 점이다.
학살을 막지 못한데 대한 한탄과 자성도 뒤늦게서야 나온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종족 말살을 막는 것은 국가의 주권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르푸르 사태가 끝나고 학살자들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이 글은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호텔 매니저로 많은 난민을 보호,인명을 구했던 폴 루세사바기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다르푸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