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들어선 책장,욕실에서의 차 한 잔.'

지난 5일부터 6일간 열린 '제45회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나타난 세계 가구업계의 최근 트렌드는 이렇게 요약된다.

부엌과 욕실이 고유의 용도에서 나아가 일상적인 생활공간으로 확장된 것.디자인 면에서는 클래식과 모던,미니멀리즘 등 기존 범주 중간 형태의 가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부엌,욕실이 생활의 중심으로

이번 박람회의 가장 큰 변화는 부엌과 욕실가구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부엌전시관은 박람회장 중심에 가장 큰 규모로 자리잡았고 과거 인테리어 전시관의 일부 공간으로 들어갔던 욕실가구는 처음으로 독립 전시관을 차지했다.

박람회를 주관하는 코스밋의 로사리오 메시나 사장은 "부엌과 욕실가구는 첨단기술과 결합하고 웰빙 트렌드에 부합돼 다른 부문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엌과 욕실은 중요성이 커졌을 뿐 아니라 생활공간으로 확장되는 경향도 보였다.

이탈리아 부엌가구 업체인 베네타쿠치네는 주방공간에 책장과 탁자를 설치한 시스템 키친을 주력 제품으로 소개했다.

톤첼리는 평소에는 일반 탁자로 사용하다 단추를 누르면 상판이 열리면서 조리대와 개수대로 바뀌는 다기능 제품을 내놓았다.

욕실 업체인 리스토네지오다노는 책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거실 분위기로 단장한 욕실을 전시했다.

차분해진 가구 디자인

지난해 주요 트렌드였던 원색의 가구들은 줄어들었고 흰색과 검은색,자연의 나무색을 그대로 살린 차분한 색상과 디자인이 두드러졌다.

베네타쿠치네의 마리오 그릴요 전무는 "전반적으로 가구들의 개성은 줄어들고 미니멀리즘과 클래식의 중간 단계인 뉴트럴(neutral)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소재 면에서는 붙박이장이나 싱크대 전면에 통유리를 붙인 제품과 침대나 일반 가정용 가구의 겉소재로 옅은 갈색의 티크 무늬목을 사용한 제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

크고 다양해진 박람회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주거환경 문화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주도하는 전문박람회로 매년 전 세계 가구 및 인테리어 관계자들이 몰려든다.

올해는 최근 개장한 전시장인 '뉴 피에라밀라노'에서 열려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순수 전시면적만 22만㎡로 작년의 18만㎡보다 22% 커졌고 참가업체도 2549개로 20% 증가했다.

관람인원은 25만명에 달할 것으로 박람회측은 추정했다.

밀라노(이탈리아)=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