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챔피언 결정전에 나선 4번 타자는 1회 4회 7회 모두 주자를 놓고 삼진당했다. 그러나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3점 역전홈런을 친다면 사람들은 그의 과거기록을 모두 잊고 우레와 같이 환호할 것이다. 절체절명,단 한번 남은 기회를 살린 그는 이제 영웅 대접을 받아도 마땅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3년 경제성적표는 기록적인 세계경제의 번영 속에 우리만 성장과 투자부진의 늪에 빠진 실패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에게 쇠잔하는 성장잠재력을 키울 절호의 기회가 왔다. 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킬 임무를 맡은 것이다. 장래 한·미 FTA의 이해관계가 어떠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혹자는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2% 이상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하고,혹자는 "IMF 10개가 한꺼번에 오는 재앙"이라고 비탄한다. 이것은 우리와 미국 간의 농업,산업,서비스 시장장벽을 헐어 통합경쟁을 하는 것이다. 모든 경쟁에는 기회와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 대응에 따라 우리는 미국시장을 마음껏 누빌 수도 있고,미국에 국내시장을 몽땅 내주고 뱃속만 빌어먹을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한·미 FTA로 인해 우리는 노령화 산성화로 치닫는 경제를 재활시킬 9회말 찬스를 얻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세계무대에 서면 기업,문화,예술,체육,어느 분야에서나 기대 이상 능력을 과시한다. 반면 과도하게 보호막을 친 농업,교육,법률,기타 서비스 분야들은 어김없이 낙후한 형편이다.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으로 단련된 한국인에게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경쟁력이 잠자고 있는지 모른다. 밖에 나가 경쟁하면 펄펄 나는 사람들이 국내의 좁은 땅에서는 서로 치고 잡아 뜯으며 힘을 낭비하는 꼴이다. 이들이 FTA 10년 후 우리의 법률, 교육 및 금융수준을 세계 최첨단으로 끌어올릴지 누가 알겠는가. 능력 있는 국민에게 넓은 시장을 마련해 주는 것은 국가지도자들의 의무다. 한·미시장의 통합은 단순히 경제활동의 기회만 넓히는 게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제도,관례와 사고방식을 미국, 곧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이다. 법질서와 시장의 합리성을 밥 먹듯 무시하는 우리의 정치,경제,사회주체들은 그들의 행위양식을 알게 모르게 선진세계의 관례에 동화(同化)시키게 될 것이다. 아시아를 벗어나 서양을 닮고자 하는 것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외친 이래 일본이 소망했던 꿈이다. 그런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먼저 세계표준의 중심에 설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무산시키는 것은 역사적 죄악일 것이다. 그런데 한때 청와대에서 FTA 업무를 챙겼다던 전 청와대비서관은 "한·미 FTA를 하면 한국 경제가 날아가고,한·미 FTA라는 오른쪽 날개를 높이면 양극화라는 왼쪽 날개는 내려갈 것"이라고 선동한다. 경쟁과 성장의 가치인 FTA는 '당장'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반미주의자,폐쇄주의자,무능력하고 특혜만 바라는 집단이익주의자들에게는 전혀 이득을 줄 수 없다. 양극화 해소는 바로 노 대통령 자신이 천명한 역사적 사명이다. 오늘날 대통령의 지지세력들은 모두 양극화를 들쑤시느라 정신이 없다. 내년 대선 때까지 반미와 기득권 타파를 선동하는 시민단체,교원단체,기타 좌파집단들은 기를 쓰고 FTA의 양극화 효과를 선전할 것이다. 과연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시기가 올 때,노 대통령의 한·미 FTA 지지의지는 얼마나 확고할 것인가. 한·미 FTA는 성공도 실패도 노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그는 언론,시민단체와 소수집단의 지지를 확보한 강력한 대통령이고,이익집단의 온갖 저항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다. 그가 확고한 신념으로 타석에 나서고 그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국민이 열렬히 성원해야 이 역사적 과업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