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등록금 갈등(葛藤)이 연례행사처럼 빚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점거 농성에다 삭발ㆍ단식, 물리적 충돌 등 마치 파업투쟁을 연상하게 할 만큼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학교와 학생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학교측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특히 로스쿨 MBA 등 신규투자 수요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학생들은 급격한 인상률이 너무 부담스럽다며 재단전입금 등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름대로 일리있는 주장들이지만 한편으론 양측 모두 깊이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될 점들도 적지 않다. 등록금 인상에 나서는 대학들로선 그것이 설득력(說得力)이 있을 만큼 그동안 교육의 질을 얼마나 높여 왔는지, 또 특성화ㆍ차별화 없는 모방과 외형위주의 확대에만 골몰해 왔던 대학들이 얼마나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학생들도 등록금 인상요인 자체를 부정하며 대학을 적으로 규정해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식으로 나서는 것은 누가 봐도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대학의 열악한 재정이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등록금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들의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게 분명하다. 여기에 이르면 정부도 결코 방관자일 수 없는 처지다. 대학에 대해 쥐꼬리만한 지원을 하면서도 온갖 규제나 간섭(干涉)을 일삼는 것이 교육당국 아니던가. 최근 들어 정부가 산학협력재단 설립 등 대학에 수익 창출의 길을 넓혀주는 일을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솔직히 빛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는 게 대학의 불만이다. 충분한 정부 지원과 대학 자체의 재정이 이를 뒷받침해 줄 정도가 아니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 대학들의 경쟁력 순위는 그 재정규모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는 얘기가 있다. 대학의 재정확충을 위한 다양한 통로를 열어 줘야 한다. 그동안 금기시해 왔던 기여입학제도 그런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때가 됐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등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갈 수 있다면 대학과 학생들 모두에 좋은 일이 아닌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