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동시분양'이라는 큰 풍선이 떠 있다.


남자는 그렇게 붕 떠 있다


남자가 '너'뿐이야라고 말했을 때부터 공원 산책로의 꽃들은


불륜으로 만발하였다.


그 불륜이 달콤하게 퍼져나가서 솜사탕을 하나 만들었다.


솜사탕 하나 사주세요.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이 간식,


아이들이 모여앉아서 수런수런 솜사탕의 옆구리를 녹이고 있다


솜사탕을 다 빨아먹었을 때,남자는 차문을 열고 아이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이기인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솜사탕'전문



'동시분양'을 아파트가 아닌,사람에 대입하면 불륜이 된다.


남자가 '너'뿐이야라는 수상쩍은 말을 하는 순간 산책로의 꽃들은 순수함을 잃고 불륜을 도와주는 장치로 변해버린다.


이처럼 간단하게 불륜은 잉태된다.


별다른 여과장치도 없이 욕망이 과잉생산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인터넷에서부터 TV,영화,옷차림,잡지,음식까지도 끊임없이 '잉여욕망'을 유발한다.


어느 곳을 가든 넘쳐나는 욕망에 짓눌려 현대인은 신음하고 있다.


동시분양 풍선과 만발한 꽃과 붕 떠있는 남자와 솜사탕이 빚어내는 알쏭달쏭한 풍경.시인은 '잉여욕망'에 이끌려 다니는 한 남자의 불륜 현장을 냉혹한 시선으로 잡아내 우리 앞에 툭 던져 놓고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