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매각협상 급물살 … 인수자금 3조 롯데 나서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이 30일 자사주(28.4%) 매각 방침을 공식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에쓰오일의 경영권 매각협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여건이 성숙됐다"는 김 회장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에쓰오일의 대주주(지분율 35.0%)인 아람코와 합작파트너로 거론되는 롯데그룹 사이의 물밑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경영권 인수하나
2004년 이후 에쓰오일 매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시장에서는 1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보유 지분 35%를 국내 업체에 매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김선동 회장의 발언에 따르면 매각의 핵심 내용은 △에쓰오일의 자사주 매각과 △아람코와의 합작관계 유지다.
이와 관련,김 회장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틀 속에서 기존 정유업체의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가 아닌 국내 업체에 매각하는 것"이라며 매각조건을 분명히 제시했다.
다시 말해 자사주를 매입한 국내업체가 아람코와 합작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영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에쓰오일은 자사주를 담보로 김선동 회장 체제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람코는 자사가 생산하는 원유의 공급권만 유지되면 경영권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자사주 매각 배경에 대해 올해 65세인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된 데다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떠안은 부채(외상값)를 상환해야 할 시기가 임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경영권 인수 후보로는 롯데그룹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에쓰오일 고위 관계자도 이날 롯데와 협상 중임을 확인했다.
롯데는 2003년 현대석유화학 2단지(현재 롯데대산유화)에 이어 2004년 KP케미칼을 인수하는 등 석유화학 사업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어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에쓰오일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김 회장도 "대주주(아람코)와 합작파트너(롯데로 추정)가 결혼하자는 데 서로 입장이 맞는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매각대금 3조원대 추정
외환위기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쌍용그룹은 1999년 보유하고 있던 쌍용정유(현 에쓰오일) 지분 28.4%를 매각키로 하고 SK㈜와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김 회장은 현금 1000억원 지불과 함께 쌍용측 부채 8000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쌍용그룹이 팔려던 지분을 대신 인수키로 대주주인 아람코측과 합의했다.
9000억원에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부채 8000억원 중 2400억원은 경영을 하면서 갚기로 하고 나머지 5600억원은 아람코와 프랑스 파리바 은행,에쓰오일의 해외법인 등 3자가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공동출자한 '메리웨더 컴퍼니'가 대신 상환했다.
물론 메리웨더가 지불한 5600억원은 에쓰오일이 10년 만기에 당시로서는 싼 금리인 연 6∼7%로 갚는 조건이었다.
에쓰오일로서는 자사주를 외상매입한 셈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의 부채였던 만큼 정부의 도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도 "공적자금이 결부된 외상으로 주식을 인수했고 이제는 국민에게 돌려줘야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편 에쓰오일 자사주 28.4%(3198만주)를 30일 종가로 환산하면 2조3860억원에 달하며 30% 안팎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는 롯데쇼핑 상장 이후 4조원대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협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