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강남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학군제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내 11개 학군을 몇 개씩 묶어 줄이는 광역학군제를 도입하거나 공동학군제 적용을 확대함으로써, 예컨대 강남 8학군이 아닌 지역에 사는 학생들도 이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강남지역 교육여건이 강남 집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은 분명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고 보면 정부가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후속조치의 일환으로 학군제 조정을 검토(檢討)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학군제 조정은 작년 8월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국회 답변과정에서 제기해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지만 문제는 지금 검토되고 있는 안들이 강남 집값을 끌어내리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정부 의도대로 강남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럴 거란 보장도 없다. 주변지역이 강남의 특정지역과 함께 동일 광역학군이 되면 그 지역으로 집값 상승만 오히려 확산시키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강남을 공동학군화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학군을 떠나 강남에 학원가가 밀집해 있다는 점, 그리고 천차만별일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 등을 감안하면 집값에 미치는 효과가 기대에 못미치거나 제한적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강남 집값만을 의식해 땜질식으로 학군조정을 했다간 집값은 못잡고 학군만 이상한 꼴이 되고 말 우려도 없지 않다. 교육으로 인한 강남으로의 전입수요가 문제라면 비강남지역의 교육여건을 강남보다 더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풀어가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강북지역에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 등을 대거 설립하자는 것도 같은 맥락(脈絡)일 것이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평준화 문제를 재검토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학군조정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평준화의 틀 자체를 깰 경우 학교간 서열화가 우려된다고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을 돌려주고 학교간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오히려 우리는 그동안 평준화에 얽매여 차별화 수요를 억누르다 보니 특정 지역에 기형적으로 교육수요가 집중됐고 그로 인해 부동산 폭등에도 일조(一助)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진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