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두뇌인 프로세서(CPU)에 관해 얘기하면 누구나 인텔을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 그렇다.


세계 최대 프로세서 메이커인 인텔(미국)은 한국 시장을 90% 이상 장악해왔다.


그러나 경쟁사인 AMD(미국)가 최근 2년 새 점유율을 두 배로 높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조사기업 가트너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AMD는 한국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에서 2005년 4분기 17.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12.2%)에 비해 4.9%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2년 전인 2004년 1분기(9.5%)의 거의 두 배나 된다.


시중에 AMD의 칩셋이 장착된 서버,데스크톱PC,노트북PC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AMD의 도약은 한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인텔에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세계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과 AMD의 비중은 8 대 2 정도.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비중이 9 대 1이다.


AMD의 점유율은 2000년대 초반 한때를 제외하곧 줄곧 10% 안팎에 머물렀다.


AMD가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 것은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데다 PC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AMD 제품을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AMD는 HP 레노버 등 글로벌 2,3위 업체는 물론 삼성전자(홈쇼핑용) 삼보컴퓨터 주연테크 등 한국 유수의 PC업체도 주 고객 명단에 올렸다.


AMD는 '가격이 싼 만큼 품질이 좋지 않다'는 부정적 이미지에서도 점차 벗어나고 있다.


특히 2003년 4월 데스크톱PC용 64비트 프로세서를 인텔보다 먼저 내놓음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헥터 루이즈 AMD 회장은 "인텔은 자사 제품만을 사용하게 하는 폐쇄형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 PC업체들의 선택권와 수익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조만간 델컴퓨터 LG전자 등도 AMD의 고객으로 영입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텔은 반독점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받고 있다.


혐의는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한국 PC업체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경쟁사 제품을 사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인텔로서는 악재가 겹친 셈이다.


물론 AMD가 점유율을 계속 높일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인텔이 '듀얼코어' 노트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다 올 하반기에는 차세대 데스크톱용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변수이긴 하지만 인텔은 마케팅이 강해 마음만 먹으면 점유율을 금세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