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여론 외면한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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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의 광주지역 총파업이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파업 선언 17시간 만인 29일 새벽 조합원 800여명은 농성장인 광주 조선대를 빠져나와 뿔뿔이 흩어졌다.
총파업 결의와 함께 차량을 몰고 속속 집결할 때 위세당당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 건 지역여론마저 이들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다.
잦은 말바꾸기로 인해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게 그 원인이다.
화물연대는 당초 다음달 3일 부산에서 총파업을 한다고 했다가 돌연 계획을 바꿔 28일 새벽 고공시위와 도로봉쇄를 시작으로 광주에서 기습파업에 들어갔다.
모든 조합원들에게 조선대로 집결하라는 총동원령도 함께 내렸다.
하남산단 도로를 500여대의 차량으로 막았다.
그 여파로 이날 하루 주변 지역은 교통지옥으로 돌변했다.
경찰은 물론 시민들도 '광주에선 더이상 큰 일은 없겠지'라고 안도하고 있을 때 기습파업을 벌여 시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겼다.
전날 공식 기자회견 발표를 불과 17시간 만에 뒤집은 것이었다.
화물연대 김종인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화물연대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우리나라 수출입물동량의 관문인 부산에서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28~29일 집회 참여조합원들이 각 지역으로 해산한 뒤 투쟁조직을 정비한다는 일정까지 소개했다.
화물연대의 이번 '광주파업'은 각본에 의한 연막작전이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경찰의 관심을 '부산'쪽으로 돌려놓은 뒤 전격적으로 파업에 돌입하는 등 '치고 빠지기'를 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의 이 같은 작전은 경찰 경계망을 완벽하게 뚫는 등 언뜻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화물연대는 그러나 이번 작전에서 여론의 호응과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하남산단 도로봉쇄로 큰 불편을 겪었던 시민 오모씨(42)는 "화물연대가 자꾸 말바꾸기를 한다면 앞으로 누가 그들의 주장을 곧이듣겠냐"며 "화물연대는 여론이 등을 돌린 노동운동이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최성국 사회부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