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8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한 의견을 밝혀 그 진의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말 해외 순방중에 국정브리핑에 실린 외환은행 관련 기고문에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상공인 대상 특강에서 "외환은행 처분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지만 고위인사들 수준에서 부정한 일을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의 의혹과 론스타의 '먹튀' 논란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온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일단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재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외부 강연에서 공개적으로 이같은 언급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나름대로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고위인사들 수준에서'라고 밝힌 것은 최근 청와대를 비롯해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으로 의혹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는데 대한 해명성 발언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을 최근 불거지고 있는 '김재록 게이트'에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당시의 상황에서 외환은행 매각은 정책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아쉽지만 범법행위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론스타에 대한 과세문제와는 관계없는 발언으로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원칙적인 수준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그러나 "외환은행 매각은 참여정부 출범후 이뤄진 일로 노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을 일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지난해말 순방중에 올린 댓글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라며 "아울러 최근 김재록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일부에서 외환은행 매각과 연결시키려고 하는데 대해 매듭을 지으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문중 외환은행 매각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금융감독위원회 국정브리핑 기고문에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