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씨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대차그룹에 이어 수사 대상 기업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자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검찰은 특히 "현대차는 '한 지류' 일 뿐,그룹 전체에 대한 전면 수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어 수사의 최종 종착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만 수사 타깃 아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현대차를 둘러싼 온갖 의혹과 설이 난무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겠다"며 작심한 듯 상세하게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검 중수부 수사는 지난해 늦가을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김씨와 전·현직 의원 간의 비리를 이첩받은 것이 발단이 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씨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을 포착했으며,현대차가 1차 타깃이 됐다는 것.




검찰은 또 지난 1월 김씨를 1차 소환했으나 증거 불충분 등으로 풀어준 뒤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채 수사기획관은 밝혔다.


이 같은 검찰의 설명을 놓고 볼 때 글로비스를 발판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후계문제 등은 검찰의 관심사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 수사기획관도 "현대차그룹 전체를 놓고 수사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김씨 비리 의혹 캐기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는 것이 검찰측 입장이다.


김씨와 정·관계 인사와의 '검은 커넥션'을 찾기 위해서라도 현대차에 대한 수사는 물론 연루된 다른 기업으로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른 지류는 어느 기업인가


이날 기업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검찰 발표가 전해지자 주요 대기업들은 정보망을 총가동,어느 기업이 수사 물망에 올랐는지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1990년대 말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불린 기업 중 상당수가 김씨의 컨설팅을 받았을 것'이란 의혹이 일자 해당 기업들은 "우리는 무관하다"며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M&A에 성공한 A그룹은 "우리가 인수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공기업이 해당 기업 처리 방향에 관해 김씨의 자문을 받았을 뿐"이라며 "우리는 공개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낙찰받았다"고 밝혔다.


역시 M&A를 통해 몸집을 불린 B그룹은 "2002년 12월 보험업체 두 곳을 인수했으나 이는 김씨가 이들 업체의 분리 매각을 위해 로비하다 실패한 이후였다"며 "김씨와 관련이 없는데도 그의 로비 대상 회사였던 기업을 인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심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거대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인 C그룹 역시 김씨와의 관련설에 대해 "우리와 경합 중인 다른 기업의 음해"라면서 의혹을 일축했다.


김씨에게 수십억원을 제공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는 다른 거대 그룹들 역시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김재록이 '나무'라면 현대차그룹은 '가지'"라고 못박으며 다른 '가지'들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상당수 기업들이 수사망에 걸려들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수사가 신속히 종결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길 바라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환율 하락과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마당에 검찰 수사 확대로 기업 활동이 한층 위축될까 걱정스럽다"며 "검찰을 수사를 신속히 종결해 기업들이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오상헌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