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이 미국기업을 인수하기 어렵게 만드는 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 법안은 외국기업이 미국기업 인수 계약을 맺을 경우 국가 안보에 지장이 없는 거래인지 의회가 확인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骨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선 백악관이 보호주의라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실제 입법으로 연결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런 법안이 제출된다는 것 자체가 미국내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이 얼마나 빨리 확산되고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현상에 다름 아닐 것이다. 미국의 보호주의 움직임은 구체적 사례로도 입증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포트월드가 미국 일부 지역의 항만운영권 인수를 추진했다가 의회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이 무산됐고 중국해양석유(CNOOC)의 미 정유사 유노칼 인수 시도도 마찬가지 이유로 좌절됐다. 자국기업을 지키자는 이른바 경제애국주의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회사 수에즈를 사들이려는 이탈리아 기업의 시도를 무너뜨렸고 스페인과 폴란드도 외국자본의 자국 에너지 기업 및 은행 인수 기도를 막았다. 볼리비아 등 남미 국가의 경우는 외국 자본이 장악한 주요 기업들을 다시 국유화하겠다는 이야기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국경이 무의미해진 글로벌경제 시대에 이런 경제애국주의가 결코 올바른 선택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기업에 대한 과잉(過剩)보호는 자칫 경영 효율을 떨어뜨리고 경제 활력을 잃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외면할 경우 우리만 손해를 입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출자총액제도다, 금·산분리다 해서 온갖 명목으로 국내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 외국 자본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헐값에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가고,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래도 좋다는 것인지,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의 동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조속히 철폐하고 웬만한 나라는 다 도입하고 있는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보호 장치도 하루빨리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다른 나라들처럼 보호주의는 못할지언정 국내기업을 서자(庶子) 취급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