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못믿을 실적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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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이 내놓은 실적공시를 믿을 수가 없다."
요즘 실적발표 기간을 맞아 이런 불만을 제기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회사들이 내부 결산을 마치고 발표한 실적공시 내용이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를 받은 최종 결과와 다른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매년 이맘때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2005년도 매출과 이익이 전년 대비 30%(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법인은 15%) 이상 늘거나 줄어 실적을 공시한 1250여개의 상장업체 중 670여개는 외부감사 등의 이유로 나중에 정정공시를 냈다.
2개 기업 중 하나꼴이다.
물론 회사측의 내부결산과 외부감사 결과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포이보스 덱트론 이화전기 등 10여개 상장사는 당초 흑자로 공시됐던 실적이 적자로 둔갑하거나 적자폭이 크게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는 정정공시후 주가가 급락,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기도 했다.
문제는 상장사의 의도적인 부실공시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거나 손실을 봐도 이를 제재할 만한 방안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회사가 부실을 알고서도 숨기고 있다가 외부감사인이 이를 지적해 마지 못해 실적을 정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한 대형 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실적 정정 사유가 고의인지 실수인지,아니면 단순히 회사와 외부감사인간 회계기준 인식의 차이인지 구별하기가 매우 힘들어 일괄적으로 이를 제재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실적을 정정한 회사가 투자자에게 '믿지 못할 기업'으로 인식돼 외면을 받거나 소송을 당하는 등 '시장 자율적 제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러기엔 투자자의 혼란과 손실이 커 지금이라도 제도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적공시는 상장사 실적을 가급적 빨리 알려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인데,오히려 투자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열 증권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