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외교관계 수립의 첫 물꼬를 튼 '핑퐁외교' 35주년과 중.일 탁구교류 50주년을 맞아 미국과 일본의 탁구대표단이 각각 중국을 방문, 다시 중.미 및 중.일 우호분위기 조성에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통상, 환률, 지적재산권 보호 등 경제현안과 중국의 국방력 증강문제, 인권문제 등을 둘러싸고 입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내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또 일본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비롯한 정계 고위지도자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로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으나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탁구협회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탁구대표단 멤버는 '핑퐁외교'의 주역이었던 왕년의 선수들과 그 가족, 현역선수, 임원 등으로 구성됐다. 26일 베이징에 도착한 미 대표단은 단장인 셰리 소더버그 피트먼 미국탁구협회 회장을 포함해 모두 25명으로 구성됐으며, 그 중에는 1971년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린 제3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출전 선수 7명이 포함돼 있다. 대표단은 4월4일까지 10일 동안 베이징, 상하이, 장쑤(江蘇)성 창수(常熟)시 등 3개 도시를 순방하면서 중국탁구협회측과 공동으로 '핑퐁외교' 35주년 기념 및 양국 친선관계 강화를 위한 좌담회, 친선경기 등 일련의 행사를 개최한다. 1971년 4월6일 폐막한 나고야대회 출전 탁구선수 등 미국대표단 15명과 기자 4명은 그달 10-17일 중국을 방문,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면담하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을 순방함으로써 20년 이상 막혔던 양국 교류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이 일을 계기로 그해 7월 헨리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의 극비 방중이 이뤄졌고 다음해 2월에는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방중, 양국관계 정상화 실현의 역사적 문건으로 지칭되는 '상항이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지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국가대표로 활햑했던 선수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일본탁구대표단은 양국 탁구교류 50주년 경축활동의 일환으로 4월1일부터 4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일본의 일방적 외교행태와 중국의 냉담한 반응이 교차하면서 정부간의 공식교류가 극히 제한돼 있는 가운데 이뤄진 일본탁구대표단의 중국 방문은 민간차원에서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는 지난 20일 이들 대표단에 대한 환송만찬을 베푼 자리에서, "중.일 민간 친선교류 차원에서 많은 활약을 해온 일본탁구선수들이 양국간 친선을 위해 새로운 공헌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일본 대표단 단장은 "양국 간의 부단한 탁구 교류는 때때로 닥치고 있는 정치적 '한류' 가운데서도 온기가 떨어지지 않는 한 가닥의 민간 '난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양국 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았을 때인 지난 1956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국제 스포츠대회에는 처음으로 선수단을 파견, 중.일 스포츠 교류의 서막을 열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d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