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고객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제3자에게 고객 예금계좌 비밀번호를 변경해 줄 수 있다는 분쟁조정 결과가 나왔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3일 은행이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거나 사회정의에 반해 위법을 하지 않았다면 비밀번호 변경도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은행측은 고객 A씨의 누나가 찾아와 동생이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병원비와 생활비가 급히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동생 A씨 예금계좌의 비밀번호를 바꿔줬다. 의식을 회복한 A씨는 그러나 은행측이 본인의 의사 확인도 없이 예금통장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해줘 5천200만원이 무단 인출됐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은행측에 손해배상책을 묻기 위해서는 고객과 제3자의 관계, 비밀번호 변경 당시 고객이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당시 A씨는 의식불명이어서 대리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었고 A씨의 누나가 비록 대리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보호자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또 "경찰도 A씨의 요청으로 수사를 벌인 결과, A씨 누나의 비밀번호 변경과 예금인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도 참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측도 당시 A씨가 입원한 병원에 문의해 고객 상태까지 확인하는 등 업무처리에 있어서 고객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는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