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경 < 인제대·백병원 재단본부장 skpaik@inje.ac.kr > 살다보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나게 된다. 그게 결혼일 수도 있고 취업이나 퇴직일 수도 있겠지만,나는 '매일 운동의 시작'을 삶이 완전히 바뀐 계기로 삼고 싶다. 2002년 가을,야간 대학원 교수로 부산 캠퍼스 강의까지 맡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됐다. 40여년간의 꾸준한 조깅과 등산으로 여든이 넘으셨어도 60대 초반의 외모와 체력을 가지고 계신 아버지께서 운동을 적극 권했다. 운동과 담 쌓고 살았기에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온 몸이 아프고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래 한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조깅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매일 운동으로 정착하기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요즘 나는 주 4,5회 양재천에서 한 시간 이상 빠른 걷기와 매일 20분 정도의 스트레칭을 같이하며 활기찬 새 삶을 즐기고 있다. 바쁜데 어떻게 한 시간 이상 걷느냐고 하는 이들이 많지만,양재천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걷노라면 생각의 정리가 아주 잘되고 필요한 전화도 할 수 있다. 러닝머신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다. 어떤 날은 야간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 지쳐서 누웠다가도 운동화를 신고 나가곤 한다. 한 바퀴 돌고 와서 샤워하면 피로가 싹 풀리고 잠도 달게 잘 수 있다. 비 오는 날은 우산을 쓰면 되고 추우면 옷을 겹겹이 껴입으면 된다. 야외운동이 힘들 때는 눈이 많이 오는 날인데 그런 날은 1년에 며칠 되지 않는다. 한번은 양재천에서 달리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같이 조깅하지 않으시겠어요?" 하고 말을 거는 것이었다. "전 혼자가 좋은데요" 하면서 돌아보니,아가씨인 줄 알고 따라왔던 20대 청년이 상당히 겸연쩍은 표정으로 "안녕히 가세요" 하고는 황급히 달려가 버렸다. 집에 와서 자랑삼아 이야기했더니 "내가 심부름센터에 돈 주고 시킨 일이니 너무 좋아하지 마라"는 남편의 말에 온 가족이 웃음을 터뜨린 적도 있다. 지금 나는 20여년 전 결혼 무렵 입던 옷들이 그대로 맞고 딸과 같은 사이즈의 청바지를 입는다. 앞으로도 운동을 계속해 20,30년 후 '할머니 몸짱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새봄에 운동과 함께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기쁨을 누리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