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엔 소위 '영계'만 사귀던 60대 남자와 20년 연하남의 구애를 받는 50대 여자가 나온다. 서로 쳐다보지도 않던 둘은 그러나 점차 묘한 동질감에 빠져든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과 처지,젊은 사람은 모르는 나이듦의 서글픔과 육체적 변화를 읽는 것이다.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던가. 나이 들어 생기는 일은 비슷한 연배라야 이해할 수 있다. 오랜 연애(?) 끝에 젊은 여성과 결혼한 노년 남성이 동년배 친지에게 "쟤(아내)가 자꾸 양치질을 하라고 해.냄새가 난다나. 정말 그런가"라고 하소연했다는 건 사랑으로 메워지지 않는 세대간 간극을 전한다. 노안(老眼)이 처음 찾아왔을 때의 난감함 또한 느껴본 사람만 안다. 근시인 사람의 경우 근시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노안이 되는 통에 멀리 볼 땐 안경을 쓰고 명함 등 눈앞의 것을 보려면 안경을 벗어야 한다. 사정을 모르는 젊은 사람이 이상하게 여길까봐 다초점 렌즈를 이용하는 등 애써보지만 속상한 마음은 설명하기 어렵다. 흰머리를 감추기 위한 염색의 귀찮음과 눈에 미치는 영향,갱년기 여성의 각종 증상 또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창출 방안 가운데 건강한 노인(65세 이상)이 그렇지 못한 노인을 돌보도록 한다는 노노케어(老老 Care) 프로그램이 주목을 끄는 건 이런 까닭이다. 하루 3∼4시간씩 열흘 일하고 월 20만원을 준다니까 하루 8시간씩 한 달(20일) 근무하는 걸로 치면 월 80만원가량 되는 셈이다. 노인의 일은 노인이 잘 알고 불과 20년 뒤면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다는 마당이니 잘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과 건강한 노후생활 제공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역별 수요ㆍ공급이 다르면''일하려는 사람이 많을 때의 선발과 운용은''계약기간(7개월)이 끝난 뒤엔' 등 해결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나눠주는 일이야말로 지혜와 엄정함을 요구한다. 모쪼록 노노케어가 허울뿐이거나 임시방편이 아닌 노인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