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이번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세무조사 결과는 평균 탈루율이 57%에 달했다는 점도 그렇지만,탈세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 가운데 일부를 '표본조사'했을 뿐인데도 전원 탈루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들 가운데 제대로 세금을 내는 '바보'는 없다는 항간의 추측이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푼의 에누리 없이 세금을 내온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은 조사결과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기회에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성실납세자들의 불만에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양극화 해소 재원 확보 등을 위한 정부의 증세 정책도 타격을 받게 됐다.



◆소득의 5%만 신고하기도


서울에서 대형 사우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2003∼2004년 2년간 2억4000만원을 벌었다고 신고하고 소득세 2100만원을 냈다.


그러나 조사결과 김씨의 2년간 실제 소득은 신고액의 20배가 넘는 27억6000만원에 달했다.


김씨는 손님들이 사우나 이용료를 현금으로 내는 점을 악용해 소득의 95%를 탈루해온 것.국세청은 소득세 등 13억7000만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간 고소득 자영업자 422명을 조사한 결과 김씨와 같이 대형사우나와 웨딩홀,스포츠센터,골프연습장 등을 운영하는 '기업형 자영업자' 97명은 평균 연 소득이 8억1000만원에 달하지만 2억1000만원만 신고하고 6억원은 탈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의 4분의 1만 신고한 셈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도 4억2000만원을 벌어 2억4000만원만 신고하는 등 탈루의 비율만 달랐을 뿐 탈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영업자 422명이 2003∼2004년 자진납부한 세금은 638억원,1명당 1억5000만원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서 추징한 세금은 1094억원으로 1명당 2억6000만원에 이른다.



◆탈루 소득으로 재산 불려


자영업자의 탈루소득은 부동산투기 등을 거쳐 막대한 재산증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422명의 총재산(기준시가 기준)은 1995년 말 5681억원이었으나 2005년 말에는 1조5897억원으로 10년간 1조216억원이나 증가했다.


1인당 평균 재산도 95년 13억5000만원에서 2005년 말 37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1인당 재산이 10년간 액수로는 24억2000만원,배수로는 2.8배나 불어난 것이다.


국세청 한상률 조사국장은 "이들 422명이 10년간 불린 재산은 부동산 공시지가 상승분(73.4%)을 제외해도 6043억원에 달한다"며 "탈루소득이 부동산 등 재산증식의 원천으로 사용되면서 양극화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차 세무조사 착수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탈루가 가장 많았던 기업형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20일 2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대상엔 스포츠센터,골프연습장,웨딩홀,사우나 등과 함께 1차 조사 때 제외됐던 고급음식점,대형 숙박업,대규모 고시전문학원 및 스타강사,외국인 고용 유흥업소 등도 포함됐다.


또 탈루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치과 등 일부 병과의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해선 6월께 3차 조사를 실시하는 등 분기마다 자영업자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