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여월씨(55·가명).자영업에 종사하는 김씨는 목돈이 생길 때마다 땅을 사 모았다.


그렇게 매입한 임야와 농지가 전국 10여 곳에 산재해 있다.


그는 남보다 뒤질 게 없는 '땅부자'이지만 요즘 잠을 설치고 있다.


사업이 잘 안풀려 급전이 필요한 상황인데,매물로 내놓은 땅이 팔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서다.


김씨는 "옛말에 땅 많은 거지가 있다더니 내가 바로 그와 같은 처지"라며 "신용불량자가 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한상언 신한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 PB팀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편애(偏愛)는 유명하며,부유층일수록 그런 경향이 짙다"면서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 부담을 낮추는 것이 땅부자 재무설계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서둘러 다시 짜야 한다는 얘기다.


◆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버려야


전체 자산 가운데 특히 무수익 부동산의 비중이 높은 사람일수록 재무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표적인 무수익 부동산은 토지다.


토지의 경우 정부 규제로 매도하기가 쉽지 않아 환금성이 낮은 데다 거주지와 떨어져 있어 관리가 어려운 단점도 갖고 있다.


보유세 등 각종 세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단독주택 등도 무수익 부동산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자신의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무수익 부동산부터 먼저 처분하라고 조언한다.


그 자금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임대용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거나 환금성이 좋은 다른 투자상품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그래야 시장 상황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연 교보생명 압구정지점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는 "토지 등 무수익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버리고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 위주로 자산배분을 새로 짜야 한다"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탄 후 자녀에게 조기 증여하거나 부동산 임대소득이 발생할 때마다 연금 등 금융 상품에 꼬박꼬박 붓는 것도 재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부동산 비중,자산의 60% 이하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부동산 대 금융자산의 비중은 6 대 4 정도다.


이는 선진국에서 추천되는 재무설계 포트폴리오다.


부동산자산 비중이 60%를 넘길 경우 유동성(손실을 안보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수준)과 환금성(손실을 보더라도 현금화가 가능한 수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본이 과거 경험했던 것과 같이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재무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또 '부동산 부자'가 갑자기 사망하게 될 경우 상속세 부담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당장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은 세원이 그대로 노출되는 데다 자녀가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상속세를 내기 위해 부동산을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토지 등 무수익 부동산 대신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더라도 전체 부동산 비중이 과도하다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김인응 우리은행 강남교보타워 PB팀장은 "선진국일수록 개인들이 효율적으로 자산을 배분해 부동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면서 "부동산을 투자·사용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단순화하는 한편 일부를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전환해 전체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균형있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