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뻥튀기 공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업들이 사전에 발표한 잠정실적과 외부감사를 거친 확정실적에 큰 편차가 발생, 흑자기업이 적자기업으로 돌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뻥튀기 공시' 여전하네 = 19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덱트론[053070]은 작년 영업이익이 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늘어나고 순이익은 8억원으로 888% 증가했다고 지난달 초 실적 공시를 했다. 그러나 덱트론은 한 달여만인 지난 16일 6억원의 영업손실과 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 대비 적자전환을 한 것으로 재무제표를 변경했다고 정정 공시를 했다. 외부감사인의 감사 과정에서 17억원의 대손상각비와 3억원의 유가증권 감액손실을 추가로 반영했다는 것이 정정의 사유다. 이화전기[024810]공업은 지난달 작년 순이익이 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확대됐다고 공시한 뒤 지난 17일 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한 것으로 재무제표를 수정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손실은 당초 10억원에서 14억원, 경상손실은 85억원에서 111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솔트웍스[031950]는 12억원 순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고 공시한 뒤 25억원 손실로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정정했다. 데코[013650]도 작년 20억원의 순익이 발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공시한 뒤 한 달만에 48억원의 순손실로 적자를 지속했다고 내용을 뒤집었다. 포시에스[056710] 역시 순이익 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고 한 뒤 적자 지속으로, 코레스는 2억원 순이익 흑자에서 6억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고 공시 내용을 변경했다. 이들 기업처럼 흑자와 적자가 뒤바뀐 경우 외에 매출이나 손익 규모가 변경된 사례는 훨씬 많다. 신화정보[054650]시스템은 당초 14억원으로 공시했던 순손실 규모를 273억원으로 수정했다. 외부감사 결과 256억원에 달하는 투자주식 감액 손실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디엠티[065270]는 당초 순이익을 10억원으로 공시했다가 별다른 해명없이 5억원으로 50% 이상 줄여서 재공시했다. 대륜[018890]은 경상 및 순손실을 33억원에서 67억원으로 2배 이상 늘리고 매출은 34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였다. 에머슨퍼시픽[025980]은 당초 8.3% 증가했다고 공시한 매출 규모를 6.6% 감소한 것으로 수정하고 영업 및 순손실 규모도 10억원 이상씩 늘려잡았다. 메디포스트[078160]는 영업손실을 24억원에서 33억원으로, 손손실은 20억원에서 38억원으로 변경했다. ◇ 투자자 주의가 최선 = 기업 실적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부 기업들의 이 같은 '뻥튀기 공시'는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결산실적 공시에 관한 '가이드 라인'을 정해 발표했으며, 지난달에는 기업들의 준수 여부에 대한 실태 점검을 해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보다 성실한 실적 공시를 강제할 수 있는 후속 대책과 엄격한 관리가 뒷받침되기 전까지는 금융당국의 노력이 '엄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마련한 '가이드 라인'에는 확정실적과 잠정실적간의 차이가 있을 경우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주문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흑자와 적자가 뒤바뀌는 정정 공시를 하면서도 정정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일반 투자자들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형식적인 문구에 그친 기업들도 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대손충당금 설정 등에서 기업과 외부감사인 간의 시각차로 인해 외부감사 후 실적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정 공시를 하는 모든 기업을 색안경을 끼고 대할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기업들부터 먼저 내부결산을 신중하게 하고 부득이하게 수정할 경우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감독에 의존하기보다는 투자자들 스스로 '뻥튀기 공시'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이동림 코스닥시장본부 공시1팀장은 "실적 변경폭이 크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제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을 평가할 때 단순히 결산 실적만을 볼 것이 아니라 분기 실적과 매출액 추이 등 주변 정황을 꼼꼼히 챙겨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