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아이칸파트너스와 스틸파트너스의 경영권 참여 공시로 촉발된 KT&G 경영권 분쟁이 주총에서 아이칸 측 후보의 사외이사 1명 선임으로 일단락됐다. 당초 목적과 달리 아이칸 측은 3명의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일단 KT&G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경영권 분쟁을 중장기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경영권 방어를 둘러싼 KT&G의 발걸음도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KT&G와 아이칸, 1라운드 무승부 17일 대전 KT&G 본사에서 열리 정기 주총에서 2명의 일반 사외이사 자리는 예상대로 KT&G 측이 추천한 안용찬 주식회사 애경 대표와 아이칸 측이 추천한 워렌 지 리크텐스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가 나눠 가졌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는 원안대로 KT&G 측이 추천한 김진현 한국무역협회 객원연구원과 이윤재 KorEI 대표이사, 이창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이 각각 선임됐다. 이 같은 주총 결과에 양측 모두에 최상은 아니지만 만족스런 결과라는 지적이다. 곽영균 사장은 "주총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다"고 평가하면서 "자만하지 않고 새로운 이사진과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KT&G 측이 당초 자신들과 아이칸 측의 우호세력이 각각 40%와 35% 정도로 사외이사를 나눠갖게 될 것으로 예측해 온만큼 특별히 불만을 가질만한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칸 측 연대 조직인 'KT&G 가치실현을 위한 위원회'도 주총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리크텐스타인은 모든 일반 사외이사 후보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면서 "위원회는 오늘 승리에 따른 이사회 진출로 KT&G의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이칸 측 역시 지난 14일 대전지법이 KT&G의 일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사외이사 '분리투표' 지지로 사실상 2명의 사외이사를 배출하기 힘든 상황에서 리크텐스타인의 사외이사 선임을 '승리'로 표현한 것이다. 이정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이미 시장내에서는 일반 사외이사를 한자리씩 나눠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면서 "주총 결과 역시 시장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칸 측, 중장기 분쟁 암시 아이칸 측이 KT&G 이사회에 1명을 입성시킴에 따라 KT&G에 대한 경영권 공격은 더욱 체계적으로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리크텐스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는 "이사로서 가지는 모든 권한을 이용해 자사주 매각 시도를 저지하고 앞으로 있을 모든 사외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를 일괄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KT&G 경영진에 압박 강도를 높여갈 것임을 공언했다. 특히 이번 사외이사 1명 선임에서 나아가 사외이사 수 확대는 물론 다양한 경영참여를 검토 중에 있어 경영권 분쟁은 중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KT&G 경영권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스틸파트너스 엄준호 한국 대표는 이날 주총장에서 KT&G에 대한 장기투자 가능성을 언급했다. 엄 대표는 "스틸파트너스는 결코 단기 이익을 노리지 않으며 보통 3~5년 정도를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라며 "주총 이후 KT&G에 대해 사외이사 확대 등 다양한 경영참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헤지펀드의 속성상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내부자 거래 혐의 등으로 주식 매각이 쉽지않아 아이칸 측이 실제 사외이사 선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중장기 보유로 방향을 굳힌 것이다. 오는 2007년 KT&G의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주총까지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함께 아이칸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외이사 확대를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거나 실제 공개 매수를 시작하는 등 아이칸과의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것"이라며 "아이칸연합이 물러날 때까지 기업 인수.합병(M&A)관련 모멘텀은 살아있다"고 말했다. ◇KT&G 경영권 방어 발걸음도 빨라질 것 KT&G는 일단 겉으로는 아이칸 측 사외이사의 이사회 진입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중장기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경영권 방어 대책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우리.기업은행의 'KT&G 성장위원회'의 자사주 매입 노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사주 매각은 KT&G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성장위원회가 이미 '백기사'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큰 걸림돌은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일단 주총이 끝났지만 내년 주총에 대비해 KT&G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면서 "실사를 담당할 회계법인 선정을 비롯해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며 말했다,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워렌 지 리크텐스타인의 이사 자격을 문제삼아 해임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당해 법인 발행 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하거나 3억원에 상당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 자격을 가질 수 없다. 리크텐스타인 대표가 직접 KT&G 지분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KT&G 지분을 1% 이상 보유 중인 '스틸파트너스 투 엘피(Steel Partners II, L.P.)'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KT&G 관계자는 "가능한한 모든 상황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박대한 곽세연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