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덕에 미국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국이 일본을 2-1로 제압한 소식을 타전한 AP통신 기사의 머리 부분이다. 미국은 이날 한국이 일본에 질 경우 아예 탈락할 처지였으나 17일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4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벅 마르티네스 감독은 "내 생전 이렇게 마음을 졸이면서 본 경기가 없었다"면서 "정말 한국에 고맙다"고 체면도 내던지고 기뻐했다. 이날 한국의 승리는 대회조직위원회에게도 '단비'였다. 미국이 한국에 지면서 야후 스포츠가 서둘러 마련한 인터넷 투표 결과 '미국이 4강에 못 가면 WBC 경기를 더 이상 안보겠다'는 팬들이 51%에 이르렀던 것. ○… 일본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오사다하루(王貞治) 일본 감독은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한국 투수들이 워낙 뛰어났다"면서 "전 선수가 이기기를 염원했지만 한국이 승리에 대한 염원에서 더 강했던 것 같다"며 정신력에서도 패배를 시인했다. 오 감독은 "아직도 일본이 아시아에서 제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대회에 모든 팀이 최고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이렇다 보니 경기마다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데 한국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그러나 오 감독은 "만약 미국과 멕시코 경기 결과에 따라 4강에 오를 수 있다면 반드시 한국을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선발투수 와타나베 순스케는 이승엽과의 대결 상황에 대해 "1회 첫 타석에서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으면 팀 전체에 미치는 여파가 크기 때문에 걸를 수밖에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