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측이 KT&G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양측은 주주총회에서 당초 예상대로 2명의 사외이사 자리를 놓고 격돌하게 됐다.


KT&G측은 전체 12명의 이사회 임원 자리 중 적어도 10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양측은 소송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인 만큼 일단 이번 주총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사외이사 자리 2석 나눠 가질 듯


14일 국민연금이 KT&G 경영진 지지를 선언하면서 현재 KT&G의 우호 지분(의결권 기준)은 총 22.46%로 늘어나게 됐다.


국민연금은 3.44%로 국내 기관 중 KT&G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국민연금 온기선 운용전략팀장은 "아이칸측 사외이사 후보는 미국 담배회사와 관련을 맺고 있는 등의 이유로 KT&G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KT&G 현 경영진이 추천한 안용찬 애경 대표와 김병균 대한투자증권 상임 고문에게 의결권을 균등하게 분할해 표를 던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삼성투신운용과 한국투신운용 등 KT&G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신사들도 모두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이들 자산운용사(4.24%) 외에 우리사주(6.36%) 기업은행(6.47%),그리고 외국인 투자자 중에서는 일본 JT(1.95%)가 KT&G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아이칸측 우호 지분은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 지분 6.83%,최대주주인 프랭클린 뮤추얼 펀드 8.32% 등 총 15.15%다.


아직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부동표는 국내 9.72%,외국인 54.62%다.


KT&G측은 외국인 지분 중 10%가량은 KT&G측 후보를 지지해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결권 행사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도 절반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KT&G 경영진과 아이칸측 지분은 큰 오차 없이 30~40% 선에 머물게 된다.


양측이 완승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최소 2배 이상 많은 지분율이 필요한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주주총회에서 한 자리씩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다.


◆백기사 확보 가속도


KT&G는 이번 주총과는 별도로 백기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T&G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KT&G 성장위원회'의 실사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체적인 실사 일정 등은 성장위원회측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장위원회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공동으로 아이칸측의 공세에 맞서 KT&G 경영권을 지키자는 차원에서 구성됐으며 지난 13일 자사주 매입 등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KT&G측에 실사를 요청했었다.


앞으로 회계법인을 선정해 기업 실사를 진행한 뒤 구체적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KT&G의 경영진은 한층 힘을 받게 됐지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우선 자사주가 풀릴 경우 매물 부담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수도 있다.


또 아이칸측이 자사주를 현 경영진 우호세력에게 매각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