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 양극화가 우리경제의 심각한 문제로 제기됨으로써 양극화가 올해의 중심 화두가 되고 있다. 양극화 해결의 핵심은 일자리 만들기에 있고,그 해법으로 중소기업 및 서비스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증세도 제시됐다. 일부에서 양극화가 아니라 '빈곤화'나 '중산층의 몰락'이 문제라는 반론도 있지만 문제 제기와 해법의 제시는 대체로 수긍이 간다고 하겠다. 경제적 양극화는 기업간의 양극화,지역간의 양극화,세대간의 양극화,계층간의 양극화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이러한 양극화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과 정보기술(IT)산업의 발달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의 불가피한 하나의 추세(trend)라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인류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후 세 번째로 맞은 디지털혁명(digital revolution)의 결과이기도 하고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디지털혁명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global village)으로 연결시켜 승자가 독식(winner-take-all)하는 무한경쟁과 함께 중간계층이 배제되는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빌 게이츠나 손정의 같은 청년 백만장자를 탄생시킴과 동시에 중간층이 파괴됨으로써 양극화 현상을 배태하게 된 것이다. 지금 논의의 중심에 있는 소득의 양극화를 지니계수로 보면 0.3 정도,5분위 배율로 보면 5 정도로서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미국을 보면 소득의 지니계수는 0.4 정도이고,5분위 배율은 14 정도로서 우리보다 훨씬 불평등하다. 문제는 우리의 경우 양극화의 정도가 점차 심화된다는 데 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문민정부 5년은 평균으로 경제성장률 6.8%에 지니계수는 0.28,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국민의 정부 5년은 평균으로 경제성장률 4.3%에 지니계수는 0.31,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참여정부 3년은 평균으로 경제성장률 3.9%에 지니계수는 0.31이다. 참여정부 3년간 지니계수는 0.30, 0.31, 0.32로 계속 악화됐고, 소득 5분위 배율도 5.22, 5.41, 5.43으로 같은 추세다. 양극화의 구조적 원인인 세계화와 탈중개화는 시대의 흐름이자 주어진 여건이고,순환적인 원인은 경제성장률의 저하에 있으며 올해 갑자기 대두된 것이 아니다. 심각성이 있다면 수준 자체가 아니라 추세에 있는 것이고,해결책은 경제를 고성장 추세로 돌려 세우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핵심인 투자를 어렵게 하는,경쟁국에 없는 '불확실성'이 우리에게는 너무 많다. 대기업에 대한 출자규제,대기업들의 수십조원의 경영권 방어용 현금,노사갈등을 못 이긴 공장의 해외이전 등. 양극화 해결의 재원마련을 위한 증세는 민간소비의 위축에 의한 성장둔화로 지속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납세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증세의 또 다른 근거인 부동산가격 상승에는 주택공급 부족과 함께 전국적인 개발공약과 공교육의 혼돈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중앙은행이 저금리정책과 함께 통화를 방만하게 공급한 것이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한 결과를 초래했다. "부동산투기 필패"를 호언하며 발표한 "헌법보다 개정하기 어려운" '8ㆍ31부동산대책' 이후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증거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조달은 과도한 공무원 증원과 같은 방만한 지출의 축소로 마련하는 것이 정도다.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만들기는 경제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양극화의 책임을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와 재산보유자에게 돌려서는 안 되고,양극화로 저성장의 책임이 가려져서도 안 된다. 책임 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정책들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