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PEF(사모투자펀드) 업계에 진검승부가 벌어졌다.


무대는 국민연금의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2004년 말 간접투자자산운용법 시행령 개정안 이후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PEF 중 옥석을 가리는 첫 시험대였다.


국내 내로라하는 PEF들이 대부분 참여해 치열한 경쟁 끝에 H&Q AP코리아,신한PEF,MBK파트너스,산업은행PEF,서울Z파트너스 등 5곳이 선정됐다.


이중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은 비교적 생소한 이름의 서울Z파트너스.이 회사를 이끄는 김동건 대표(DG 킴·44)가 미국 월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인사로는 최고위급 M&A(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KOTRA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란에서 학교를 다닌 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월가에서 7년간 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하버드 재학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의 제안으로 금융인으로 변신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물리학을 전공할 정도로 숫자를 좋아했는데 변호사로는 그런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없더군요.


그런 저를 보고 강 회장이 투자은행 뱅커가 돼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당시 강 회장이 다니던 M&A 금융 자문사인 울펜슨사의 창립자 제임스 울펜슨 전 세계은행 총재를 만났고 단번에 마음을 빼았겼습니다."


울펜슨 대표가 세계은행 총재가 되면서 울펜슨사는 뱅커스트러스트로 매각되고 다시 뱅커스트러스트가 도이체방크로 팔리면서 그는 2002년 말까지 도이체방크에서 매니징디렉터(전무) 겸 미주대륙 통신업계 M&A 책임자를 지냈다.


당시 미국 대형 할인점인 K마트와 AT&T의 케이블사업 매각 등 초대형 거래들을 성사시켜 월가에 명성을 날렸다.


이처럼 월가에서 잘 나가던 그는 지난해 2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004년 말 어머니를 뵈러 한국에 들어왔을 때 조지 소로스에게 발탁돼 서울증권 CEO로 먼저 들어와 있던 강 회장을 만났고 서울증권 계열사로 운영하는 서울Z파트너스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어린시절부터 가슴속에 품고 있던 고향의 향수가 40대 중반의 그를 한국으로 이끈 것이다.


김 대표에게 한국은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다.


그는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의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5년까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2050년에는 미국에 이어 2위가 될 전망"이라며 "점차 정치가 안정되고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한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 아이칸 등 범람하는 외국계 자본에 맞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을 육성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