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범죄 엄단령을 내린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때 화이트 칼라 범죄자를 유난히 많이 변호한 사실이 밝혀졌다.(2월28일자 A12면 참조) 이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마치고 변호사로 활동한 2000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5년간 수임한 84건의 형사 사건 가운데 74%(62건)가 횡령 뇌물수수 배임 등 화이트 칼라 범죄형인 것으로 집계됐다. 얼마 전 이 대법원장은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관련자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화이트 칼라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냐"고 말했다. 그의 지적은 백번 옳다. 다만 그런 소신에 따라 변호사 시절에 사건을 가려서 수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변호사라면 설사 살인자라도 변호해야 하겠지만 대법관 출신이라면 변호사 보다는 후학양성이나 사회봉사활동 등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 기준이 마련될 모양이다. 이용훈호(號)가 사법부의 자존심과 법 정의를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을지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사회부 차장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