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거액의 부당대출 사고가 전문 사기범의 소행이었더라도 대출 과정을 제대로 감독 못한 은행 지점장이 해고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는 5일 김성래 전 계몽사 회장의 이른바 `농협 115억원 사기대출' 사건이 발생했던 이 은행 원효로 지점 전모(54) 전 지점장과 양모(45) 전 차장이 "사기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은 부당하다"며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출 담당 직원은 전문 사기범인 김성래씨 일당에게 속아 대출을 해 준 것이지만 무려 37건에 걸쳐 115억원의 부당대출이 이뤄지기까지 대출승인 요건, 인감증명서 진위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결재한 원고들의 과실은 징계해직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사기 피해를 막지 못한 데에는 다소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었던 점, 뒤늦게 손해액 회수를 위해 노력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출 사고로 중대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피고 은행의 명예를 훼손한 점 등을 감안하면 `해고'라는 징계 수위가 과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성래씨는 2002∼2003년 D개발 인감 등을 위조, 농협 원효로 지점에서 115억원을 사기대출받고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인사 등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7년이 확정됐다. 대출 당시 서류 위조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부당대출을 해 준 이 지점 과장 정모씨는 구속기소된 바 있으며 농협은 2003년 7월 당시 지점장 및 차장이었던 전씨와 양씨를 `관리자 주의의무 위반' 등 사유로 징계해직시켰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