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은 1930년대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기에 미국정부가 경기회복과 사회적 재분배를 목표로 금융,산업,농업,임금결정에 직접 개입한 여러 조치를 말한다. 뉴딜은 실험적 임기응변적이고 실로 일관성과 논리가 결여되었으나 구호 회복 개혁을 목표로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2차대전 발발 때까지 추진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원칙의 재검토,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자본시장통합법안 등이 최근 화제다. 뉴딜정책 중에서도 금융개혁이 7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여러 조치 중에 1933년6월 글라스-스티걸 은행법이 눈에 띈다. 이로써 공황 이전 대규모 은행들의 관례였던 증권업 보험업 겸무가 금지되었다. 그래야 은행 신뢰도를 높여 은행 공황을 방지하고 금융안정을 이룬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은행지주회사법(1956,1970),은행지주회사규제세칙(Regulation Y) 수정(1980∼1986),연방준비제도이사회 지침(1987~1989,1996~1997)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차츰 법우회가 허용되어 사실상 사문화된 이 법은 1999년 폐기되었다. 19세기 말~1920년대에 독일식 겸업금융(universal banking)을 지향하던 미국의 추세를 단절시킨 글라스-스티걸법은 불합리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겸업은 포트폴리오 분산이므로 위험총량을 감소시킨다. 법 제정 이전에 증권시장에서 적극 활동한 상업은행이 그렇지 않은 은행에 비해 자기자본비율이 높고 수익률도 더 안정적이었다. 상업은행이 증권업무에 관여하면 경쟁기업들의 적대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투자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가설도 실증연구결과 기각되었다. 또한 은행과 연관된 기업에서(겸직이사의 존재) 투자의 내부유동성 민감도가 법 통과 이전보다 이후에 높아졌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가 기업의 장기투자를 위한 외부자금조달비용을 증가시켰다는 뜻이다. 한편 1933년 은행법은 연방준비제도에 가입한 은행들에 예금보험을 제공할 것도 규정했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FDIC)가 1935년에 출범한다. 본래 미국은 1913년까지 중앙은행 없이 주법은행과 국법은행이 서로 경쟁하던 역사를 가졌던 만큼 금융이 분산되어 있었다. 그런데 국가 차원의 중앙집중적 예금보험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뉴딜의 각종 경쟁제한조치는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 사라졌으나 이 제도는 수차례 파탄을 겪고도 오히려 보험대상을 비은행 금융기관으로까지 확대했다. 다른 나라들도 이를 앞 다투어 따랐다. 제도의 부적절함이 드러난 1980년대에 연방보험대상 은행 파산은 수천 건이었고 결국 조세부담자와의 형평성문제를 불러일으켰다. 1989년 저축대부보험공사의 파경에 미재무부가 개입한 것이 대표적 예다. 무분별한 예금보험제도는 은행도산빈도를 높인다. 위험선호 은행가에게 보험료를 높이지 않으면 더욱 위험한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것이다. 소위 도덕적 해이의 문제다. 최근에는 보험대상기관의 재무 및 경영상태 연례공시,위험연동보험료 차등화 등으로 보완되긴 했으나 예금보험이란 결국 납세자를 볼모로 한 것일 뿐이다. 오늘날 연구들은 예금보험제가 금융안정에 필요한 보증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개별은행의 파산이 금융공황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필요하면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서 개입하여 전체 금융체계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남북전쟁 이전과 1907년 은행공황 직후에도 미국 주정부들의 예금보험 실험이 있었다. 이들이 거의 실패했기 때문에 연방 차원의 예금보험제 도입에 대한 거부감은 FDIC가 만들어질 당시에도 매우 컸다. 그런데도 지점망을 가진 대규모 은행보다 숫자상 절대 다수인 소규모 단점은행의 로비로 지점망규제,FDIC 등에 관한 법안이 통과되어 금융효율을 저해했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보장할 금융시장의 규율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금보험제는 은행파산이나 은행의 도덕적해이비용을 결국 건전한 은행이나 조세부담자가 치르게 하는 일이다. 이것이 갖는 분배적 함의는 매우 크다. 또한 이 제도는 은행파산을 방지했다기보다 오히려 조장했다. 요컨대 뉴딜금융개혁 가운데 증권감독위원회 설치,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권한강화 등처럼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도 있으나 상업은행에 대한 증권업무금지규정,연방예금보험제도 등은 대공황기의 단기적 미봉책이었을 뿐 공황회복에도 금융제도 안정성 유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거론되는 금융개혁안들의 일부는 만시지탄 감이고 어떤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dya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