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하이닉스에 대한 반도체 D램 국제가격 담합행위 조사 결과 임직원 4명을 징역형에 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같은 혐의로 작년 5월 1억8500만 달러의 벌금을 낸 적이 있지만 한국인이 불공정거래 행위로 미국에서 기소돼 유죄로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미 법무부는 D램 국제가격 담합으로 IBM, 델, 휴렛팩커드 등 미국 회사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면서 이번 사건에는 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다른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도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다른 회사란 삼성전자도 포함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격담합을 인정하고 3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이번 하이닉스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연루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전·현직 간부들 역시 비슷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곤잘레스 미 법무부장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적인 가격 담합행위로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을 기만한 사람들은 그들이 어디에 있든, 어디에서 죄를 지었든 기소돼 감옥에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쟁법을 실감하게 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미 법무부가 문제삼은 1997~2000년 기간 중 반도체 가격 상승이 오로지 담합탓인지는 따져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은 등 우리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의 시장침투력이 커지면서 견제가 그만큼 노골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상대국 경쟁법에 대해 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통상마찰이 날로 점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상대국 법체계에 대한 숙지는 필수적이다. 국가마다 경쟁법이 서로 다르다 보니 국제적으로는 공통된 규범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가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경쟁법의 잣대는 대단히 엄격하다. 더욱이 보호주의적 분위기가 득세하거나 자국의 해당산업이 밀린다 싶으면 언제나 들이댈 수 있는 것이 경쟁법이라는 칼이기도 하다. 반도체 분야뿐만이 아니라 다른 업종도 예외가 아닌 만큼 사전교육 등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