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단행된 4개 부처 개각(改閣)은 한마디로 지방선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번에 물러난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등 3개 부처 장관들이 오는 5ㆍ31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란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퇴임한 장관들 가운데는 장관 임명 때부터 지방선거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던 터이고 보면 장관 자리가 무슨 선거에 나가기 위한 경력관리용이냐는 국민들의 비판은 면키 어렵게 됐다. 더구나 본인들의 의사와는 달리 여당의 요청에 의해 징발된 경우도 없지않은 것 같다. 당초보다 숫자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장관들을 지방선거에 내보내는 것을 청와대나 여당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을 보면 정말 걱정이다. 해당 부처 소관 업무에 대한 능력보다 필요할 때 선거에 나갈 수 있느냐가 장관 임명의 잣대라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여당이 지방선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개각이 단행되기도 전에 일부 장관들이 보여준 모습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전 선거운동 발언을 쏟아냈다가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선관위의 경고를 받았고,이재용 환경부 장관은 선관위에서 선거중립 의무 위반으로 주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오영교 행자부 장관은 철도노조 파업 예고로 어수선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가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들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들이 재임하는 동안 업무는 제대로 수행했는지, 혹 자신에 대한 홍보나 선심정책에만 열중한 것은 아닌지 의심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마디로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물론 출마하는 장관들 또한 국민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렇게 하다가는 선거관리의 중립성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信賴)마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국은 대선국면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내각의 중립성을 확고히 하는 게 무엇보다 긴요한 과제다.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이 선거로 좌지우지되기 시작하면 국정은 죽도 밥도 아닌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대통령과 새 내각은 이 점을 정말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