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인 신예작가 박현욱(39)의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가 출간됐다. 다소 엉뚱하지만 도발적인 제목에서 느껴지듯 작가는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거침없이 소설로 끌고 들어와 일부일처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솔직하고도 대담한 판타지를 펼쳐 보여준다. 주인공 덕현은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30대 회사원.그는 업무상 계약직 프로그래머 인아와 자주 마주친다. 그녀도 누구 못지않게 축구를 좋아하며 특히 FC바르셀로나의 열렬한 팬이다. 어느날 가진 회식자리에서 마지막 3차까지 끝나고 일어서려는 순간 자기집에서 커피나 한잔 하고 가라는 인아의 제의를 받고 덕현은 인아에게 '필이 꽂히게' 된다. 덕현은 인아가 자신만을 사랑하기를 바라지만 인아는 사랑을 하더라도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기를 원한다. 덕현의 끊임없는 청혼의 결과로 마침내 두 사람은 결혼하지만 정작 문제는 결혼 뒤에 찾아온다. 어느날 인아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덕현과 이혼하자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황당한' 의지표명이다. 단 세 명의 인물만이 등장하는 단순한 설정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치부해버릴 법한 서사구조지만 소설이 가진 흡인력은 만만치 않다. 세계문학상 심사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눈도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마법과도 같은 이 소설을 통해,박현욱은 한국문학에 새로운 상상력의 성채를 훌륭하게 쌓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문학평론가 김미현은 "'현재'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또'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한 번 읽으면 황당하지만 두 번 생각하면 슬프다. 이런 '판타지'가 필요할 만큼 일부일처제나 절대적 사랑의 시효가 만료돼 가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