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자사가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수십만건의 명의도용이 발생한 데 대해 뒤늦게 사과를 했다. 김택진 대표와 임직원 일동 명의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란 광고를 28일자 일간지에 게재했다. 사건 발생 보름 만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앞선다. 2월13일 리니지에서 발생한 명의도용이 처음 신고돼 기사가 나갔을 때 엔씨소프트의 첫 반응은 "우리도 피해자다"였다. 피해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명의도용 신고가 수십만건을 넘어서는 와중에도 피해자라고 강변했다. 엔씨소프트 사이트나 리니지에서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것이 아니며 이번 사건으로 자사 이미지가 실추돼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그 뒤엔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피해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하면서 버티다가 15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사과는 했지만 엔씨소프트는 아직도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사과문에는 리니지가 우연히 명의도용에 '이용'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명의도용이 결국 리니지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는 사태의 근원으로 아이템 거래를 꼽는다. 정부 대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리니지 이용자나 업계도 아이템 거래가 문제라고 지목한다. 주민등록번호든,이름이나 전화번호든,주민번호 대체수단이든 개인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 거래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명의도용 사태는 재발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예전에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와 리니지 사용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도용된 명의로 리니지 계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엔씨소프트측도 잘 알고 있었다.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명의도용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사실상 방조한 데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사태 발생 직후 했어야 할 사과를 보름이 지나서야 했다.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는 시스템 변경을 포함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피해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임원기 IT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