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는 일방의 생각만으로는 무엇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대북선교 문제는 여러 분의 의견을 참작해 최선의 방안을 살펴 진행할 생각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별관에서 추기경 서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정 추기경은 "해방 직후 북한에는 58개 성당이 있었으나 6ㆍ25 한국전쟁 때 모두 파괴됐다고 들었고,100명 가까운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생사불명 상태가 됐다"면서 "지금은 성직자와 수녀가 한 분도 없는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정 추기경은 또 "해방 당시 5만5000명가량이던 신자는 현재 1000~3000명 정도 있는 것이라고 들리고 있지만 확인할 수도 없는 숫자"라고 덧붙였다.


"해방된 지 61년이 지났으니 얼마나 성직자와 신자가 살아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북한 선교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좀 있어요. 서울대교구는 북한 동포를 인도적 차원에서 돕기 위해 지난 10년간 100억원 상당의 물자를 지원했지만 이것은 선교 차원이 아니라 동포애의 차원에서 한 것이지요. 북한이 자체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하고 행복한 날을 빨리 회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과의 역할 분담론에 대해 '노인은 지혜다'라는 라틴어 속담을 들려주면서 "개인적으로는 스승이요 대선배이며 큰 형님이신 김 추기경님의 지도를 받고 배우면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현안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필요할 때에는 언제라도 교황님의 뜻을 국민과 지도자들에게 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960년대 중반 로마에서 만난 열 대여섯 명의 청소년들이 제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기에 어느 나라 사람 같으냐고 반문했더니 중국 일본만 알지 한국은 아무도 몰랐어요. 20여년이 지난 1980년대에 다시 로마에 가서 같은 질문을 했더니 일본 중국 다음에 한국을 묻더군요. 제가 추기경이 된 것은 다 그만큼 국력이 커지고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이 올라간 덕분입니다. 이런 위상에 걸맞은 선교 활동을 해야지요."


정 추기경은 "젊은이는 그 사회의 미래요 희망이므로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서라도 청소년의 지적,문화적 성장을 위해 더 많이 지원하고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아울러 개정 사학법에 관해서는 "인생의 핵심적 시기인 고등학교 때 수능 시험의 노예가 된 아이들이 어떻게 국가적,세계적 지도자가 되겠느냐"면서 글로벌 시대에 맞는 교육 시스템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정 추기경은 또 "다양한 의견 가운데서도 공통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국민 다수의 평균적인 의견을 뽑아내 그 다수의 소망을 듣고 실천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