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의 향배는 경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서민 경제는 여전히 냉기가 흐른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정치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문제에 국민의 관심이 온통 쏠릴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한국경제신문과 CRC(중앙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국정분야 중 경제를 차기 대통령이 역점을 둬야 할 분야로 꼽은 응답이 60.1%에 달한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 정책수행 능력 조사에서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서울시장이 10개 분야 중 8개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경제리더십 평가에서 지난해 11월(67.6점)에 이어 이번에 0.1점 오른 67.7점으로 1위를 지킨 이 시장은 지난 조사 때 6개 였던 1위 분야에 두 개를 보태면서 사실상 독주채비를 갖췄다.


이 시장은 10개 전분야에서 지난번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상승세였다.


특히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성장에서는 각각 44.8%와 45.2%의 지지로 2위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이 시장은 부동산 정책(36.9%)과 첨단산업 발전(35.1%)에서도 2위를 10%포인트 이상 따돌렸고 지난 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각각 밀렸던 물가안정과 빈부격차 해소 분야에서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CEO(현대건설 회장) 출신이라는 이미지에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선제,강남수준의 강북개발 프로젝트 추진 등 각종 개발사업이 더해지면서 상승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성장일변도 경제정책 이미지와 상대적으로 많은 재산이 부각되면서 지역균형발전(2위)과 복지정책(3위)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건 전 총리는 경제리더십 평가에서 지난번에 비해 1.1점 떨어진 64.2점으로 이 시장과는 3.5점의 격차를 보였다.


분야별 평가에서 고 전 총리는 지역 간 균형발전(26.6%)에서 1위를 기록했고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성장,복지정책,노사안정 등 9개 분야에서 2위를 기록하며 이 시장을 뒤쫓았다.


고 전 총리는 지난 조사에 비해 부동산 정책과 경제실리외교 등 5개 분야에서 지지율이 오른 반면 일자리 만들기 등 5개 분야는 약간 하향 조정됐다.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성장,첨단산업 발전 분야는 10%대의 지지로 타 분야에 비해 낮았다.


고 전 총리가 지역균형발전 분야에서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선전한 것은 전북출신으로 안정적이고 통합적인 이미지에 최근 기치로 내건 '창조적 실용주의'가 어느 정도 국민에게 어필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경제리더십 점수가 3개월 만에 3.8% 떨어진 59.2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박 대표는 11월 조사(29%)에 이어 이번에도 복지정책(24.1%)에서 1위를 달렸다.


제1야당 대표로서 민생 현장을 누비는 행보를 계속해 나가면서 조성된 대중성이 국민에게 친밀하게 다가섰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성장,물가안정 등 7개 분야에서 3위였고 첨단산업발전에서는 4위였다.


10개 전분야에서 지지율이 지난해에 비해 소폭 하락하는 등 전체적으로 하향세였다.


그로 인해 빈부격차분야는 1위에서 3위로 두 단계 떨어졌고 경제실리외교는 3위에서 4위로 한단계 밀렸다.


경제리더십과 분야별 평가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은 박 대표가 여당의 사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맞서 지난해 말부터 장기간 장외투쟁을 벌인 게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경제리더십 평가에서 점수가 3개월 전에 비해 1.3점 떨어져 54.5점이었다.


정 의장은 경제실리외교(12.8%)에서 당초 4위에서 3위로 올라서며 자신의 평균치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통일장관을 역임하면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동 등을 통해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를 만들고 개성공단이 가시권에 들어온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정 의장은 지난 조사에 비해 한단계 밀려 3위를 기록한 첨단산업 발전(11.9%)에서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는 등 5개 분야에서 4위를 달렸다.


반면 복지와 노사정책,빈부격차 해소 분야에서는 5위로 밀렸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최고위원은 경제리더십 평가에서 지난 조사 때보다 1.1점 떨어진 50.7점을 받았다.


점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순위는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김 최고위원은 빈부격차 해소(9.7%)와 복지정책(15.4%),노사정책(10.5%)분야에서 4위를 기록하며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복지사령탑으로 양극화 해소를 포함해 서민들의 복지 개선에 나름대로 진력했던 게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최고위원은 경제성장(2.5%)과 첨단산업 발전(2.7%),경제실리외교(2.9%)에서 자신의 평균에 미달하는 낮은 점수에 머물렀다.


한나라당 소속 손학규 경기지사는 경제리더십 평가점수가 지난번 조사에 비해 4.4점 빠져 50점으로 최하위로 내려갔다.


첨단산업 발전(3.4%)에서 자신의 평균보다 후한 점수를 얻은 것은 경기도에 외국의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등 활발한 경제행보를 한 것이 여론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일자리 만들기와 복지정책 등에서 2%대의 지지로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후한 점수가 매겨졌다.


손 지사의 경제리더십 평가와 분야별 점수가 낮은 것은 1∼2%의 낮은 국민 지지율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