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억달러와 4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중국의 국유은행 한 곳에 투자해 반년 만에 거둔 수익과 한국의 9개 은행이 109개 해외 점포에서 지난 한햇동안 올린 수익이다. 중국에선 헐값 지분 매각 논란이 제기될 만큼 중국 은행에 투자한 외국계 은행의 대박 소식이 이어진다. BOA가 지난해 6월 30억달러에 매입한 건설은행 지분(9%)의 가치는 지난해 10월 건설은행 상장 이후 주가가 뛴 덕에 92억달러로 급증했다. HSBC가 보유한 교통은행 지분(19.9%)의 가치도 50억달러로 투자 당시의 배를 넘어섰다.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분을 3년간 매각할 수 없는 규정 탓에 BOA나 HSBC가 거둔 지분투자 차익은 아직 장부상의 이익일 뿐이다. 주가가 언제 추락해 손실로 전환될지 모를 일이다.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해 생길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하지만 중국 은행에 대한 지분투자는 연말 은행시장의 전면개방 때 고객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게다가 최근 주식회사 형태의 상업은행은 외자와 합작해야 신설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등 금융개방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의지는 강하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22개 외국 금융회사가 중국 은행에 165억달러를 투자할 만큼 최근 1~2년 새 중국 은행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분 투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 대열에서 한국 금융회사는 보이지 않는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 금융자본이 달려들고 있는 부실채권 시장이나 중국 증시 투자가 허용되는 QFII(외국인 적격 기관투자가) 명단에도 한국은 없다. 베이징에 있는 한국계 시중은행 지점장은 "중국 당국이 정한 진입기준을 넘어설 정도의 또 세계적인 금융 메이저와 겨룰 만큼의 덩치가 안 되기 때문"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덩치가 작다고 한국기업이나 교민 등과의 거래에서만 수입원을 찾는다면 스스로를 가두는 꼴이다. 한국 정부도 금융자본의 거대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없는지 되새겨 봐야 할 일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