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7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지는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했었다. 꼭 반세기가 흐른 지금, 그 기업들 중에 생존해 있는 기업은 불과 3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긴 시간이 흘렀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기업의 3분의2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살아남은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끊임없는 자기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대해 빠르게 적응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급속한 환경변화로 많은 기업들이 더 많은 위험과 기회에 노출돼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 정보와 지식사회의 확산, 급속한 기술발전 등 모든 것들이 기업이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해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국내 제조업을 제품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가진 '기술 중심'형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바꾸기 위해 한국형 제조혁신(i매뉴팩처링)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제조혁신이란 기업 내ㆍ외부간의 기술, 인력, 프로세스, e비즈니스 환경 등 제조 요소를 재배치ㆍ통합해 원가절감, 납기단축, 품질향상 및 새로운 가치창출을 달성하는 혁신전략이다. 산자부는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15년까지 5천억 원을 지원, 그동안 금형을 중심으로 시범 추진해 온 기업간 기술협업인 'e-메뉴팩처링' 기반구축사업을 제조혁신사업으로 확대해 기계 산업 등 제조업의 새로운 가치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정세균 신임 산업자원부 장관은 23일 민간 기술연구소장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균형 있고 지속적인 기술혁신이야말로 '질 좋은 성장'을 위한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제조혁신으로 세계 경제 4강에 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일본 제조업이 부활하는 등 글로벌 제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한국은 영원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국내 제조업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을 통해 한국을 세계 11위(2004년 GDP 기준)의 경제 규모를 달성하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와 제조업 공동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다 핵심 원천 기술력이 부족한 탓에 제조업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초음속기가 소리 벽을 돌파해야만 마하의 속도를 내듯 국내 경제가 재도약, 롱런하기 위한 제조혁신은 절박하다. 암울한 시장상황을 압박 요인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지속적인 성과달성의 밑받침으로 활용하며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장차 열매를 풍부하게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있다. 반세기 동안 옥외광고와 네온사인 제작 외길을 걸어오며 무 차입경영으로 착실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주)제일광고네온사와 폐목(廢木) 재활용 사업으로 환경보호는 물론 목재의 자체 수급률을 높이고 있는 효자기업 창덕환경산업(주), 26년 전통 수(手) 편사시장을 주도하는 (주)필립섬유, 방송조명의 80~90%를 장악하고 있는 업계 선두주자 (주)한삼시스템 등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살아남는 것은 크고 강한 종(種)이 아니다. 변화하는 종만이 살아남는다. 기득권에 묻히기보다는 변화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를 꿈꾸는 이들 유망 중소기업들의 경영 현장을 들여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