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의 한국 기업 대공습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아이칸이 KT&G를 아예 공개 매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자 전문가들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아이칸의 진의가 무엇이든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기업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 이후 론스타나 칼라일 등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국내 금융자본을 헐값에 인수해 차익을 거뒀다면 이제 외국계 투자회사들의 M&A 타깃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KT&G가 미국의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의 표적이 되면서 외국계 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논란은 민영화된 공기업과 은행,대형 상장사 등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 KT는 물론 국민은행 등 정부 지분 매각이 끝난 은행들도 지배구조가 극히 취약,외국인의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사 604개(관리종목 제외) 중 외국인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를 넘어서는 곳은 58개사에 달한다.


10곳 중 한 곳이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의 경우 현재 형식상 최대주주는 국민연금(2.76%)으로 신고돼 있지만 실질 최대주주는 미국계 얼라이언스 캐피털펀드다. 이 펀드는 작년 9월까지 5.72%이던 지분율을 최근 6.86%로 높였다. 증권업계는 포스코의 현 경영진 우호 지분이 13.36%에 불과,M&A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얼라이언스는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는 반면 국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달 초 지분율을 3.54%에서 2.76%로 낮췄다.


KT도 국민연금(3.63%)이 최대주주이지만 1~3대 주주는 모두 외국인이다. 미국계 템플턴펀드가 경영참여 목적으로 7.78%를,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와 캐피털그룹이 각각 7.85%와 6.10%씩을 보유 중이다. KT의 경우 2004년 이후 단일 외국자본이 5% 이상 취득,지배주주가 되려면 정통주의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외국계 자본으로의 피인수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들 3개 펀드는 이미 2004년 이전에 지분을 취득한 데다 서로 연합할 경우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직 민영화가 안 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기업은행 등도 향후 정부 지분 매각시 과거 공기업 민영화 때처럼 국내 대기업에 지배주주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포스코와 KT의 꼴이 되기 십상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85%를 넘는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이미 미국 캐피털그룹(7.19%)과 프랭클린(5.76%)이 국민은행의 1,2대주주로 참여해 있다. 현대산업개발 NHN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도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대표적인 상장사로 꼽힌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은 최대주주 지분이 16.89%에 불과한 데 비해 외국인 지분율은 67% 선에 달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