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번째의 갑부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검소하기로 소문나 있다. 값싼 스테이크 하우스를 애용하고,패스트 푸드를 즐겨 먹으며,12달러짜리 이발소를 찾는다고 한다. 중고차를 직접 몰고 다니는가 하면,자신이 거주하는 오마하의 집은 50년 전 3만1500달러에 구입한 것이다. 그는 절약과 검소함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을 뿐더러 재산의 사회환원에도 적극적이다. 99%의 재산을 내놓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세계 최고의 재산가라는 빌 게이츠도 사회환원에 있어서는 누구 못지 않다. 미국에서 부자들이 존경을 받는 것은 이렇듯 열심히 일해 정당하게 돈을 벌고 이 돈을 아끼면서 또 의미 있게 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경제적으로 누리는 특전 중의 하나가 베풀면서 관대해지는 것"이라는 부동산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의 말은 결코 입에 발린 수사가 아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포브스코리아가 최근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부자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묻는 질문에 고급승용차,투기,골프,명품 등을 꼽았다. 반면 사회봉사,사회환원,기부금 등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 같은 인식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분짓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부자들에 대한 인식이 아주 냉소적이어서다. 그러나 속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기업인들은 물론이고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독지가들이 종종 기부와 선행을 하면서 우리 가슴을 덥히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막노동으로 시작해 평생 번 돈을 이웃과 나누고 장학금으로 쾌척하는 부자들도 점차 늘고 있다. 탈무드와 성경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자선을 베풀라는 부자들에 대한 경구가 많이 나온다. 흔히 자만과 독선에 흐르기 쉬운 마음가짐을 경계하는 말일 게다. 다행히도 우리 사회는 사회공헌활동이다,나눔운동이다 해서 부자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이렇다면 부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크게 바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