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문턱인 1899년.광활한 북미대륙을 잇는 철도 공사가 한창일 때 펜실베이니아주 베들레헴 제철소에 한 사내가 도착했다.
그는 이민자들로 구성된 노동자들이 42㎏짜리 선철봉을 화차에 실어나르는 모습을 찬찬히 관찰했다.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일한 헝가리인 10명은 하루에 75t의 선철을 짊어졌다.
이는 이전 작업 수치의 여섯 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틀간의 면밀한 관찰 끝에 사내는 일일 공정 작업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한 명당 하루 45t을 들어올려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전 작업량의 세 배였다.
물론 작업량을 채운 사람에게는 수당을 더 준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노동자 수십명은 곧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분노한 노동자들의 증오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무장 경호원들의 호위까지 받으며 귀가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생산공정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업무체계화를 위한 광적인 노력,제조 공정에 대한 신개념 연구에 몰두했다.
그의 이름은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20세기 경영학의 출발인 '테일러리즘'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자본주의 철학자들'(안드레아 가보 지음,심현식 옮김,황금가지)의 들머리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책은 테일러에서 드러커까지 경영 사상가 13명의 사상과 배경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역작이다.
저자는 비즈니스위크 기자를 지낸 저술가.
그는 이처럼 인물 중심의 경영학 역사를 씨줄로 삼으면서 '과학적인 수치' 중심의 관리이론과 '인본주의적 전통'에 기반한 경영이론을 날줄로 엮어가며 현대기업의 역할론까지 아우르는 관점을 제공한다.
실제로 테일러를 기점으로 하는 '과학적 관리' 이론은 당시 미국의 산업화 물결을 타고 급속하게 확산됐다.
부유층 아들로 태어나 상류 기득권층의 가치관을 그대로 습득한 테일러의 태생적 한계가 있었지만 노동의 세계에 '수치'를 적용한 최초의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로버트 맥나마라,허버트 사이먼,앨프리드 챈들러,앨프리드 슬론 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과학적 관리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것이 바로 노동자의 동기부여를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경영 사상'이었다.
주인공은 메리 파커 폴렛.그녀는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대륙으로 건너온 개척자의 후손으로 '건설적 갈등 해결과 직원 참여적 관리,수평적 조직 구성' 등을 강조하며 기업에 민주적인 조직문화를 불어넣고자 했다.
즉 갈등에 대한 대응책은 일방적인 승리나 타협이 아니라 양측 견해를 통합하는 것이며 노동자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체스터 바너드,프리츠 뢰슬리스버거,엘턴 메이오,에이브러햄 매슬로,더글러스 맥그레거,에드워즈 데밍 등으로 계승됐다.
데밍의 경우 과학적 기업과 인본주의 운동을 동시에 전개했다.
그러나 경영학의 흐름은 이들 두 '계파'의 실무현장 패권경쟁으로 치닫는 형국이었다.
이후 피터 드러커의 등장으로 두 경영관은 하나로 통합됐고 기업들도 단순히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게 됐다.
이 책은 현대경영학의 큰 줄기를 인물 중심의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준다.
그러면서도 이들 간의 상호작용과 당시의 시대상황,새로운 이론이 탄생하게 되는 순간,사용자와 노동자의 관점,태생적인 한계,기업의 활용과정 등을 입체적으로 엮어낸다.
경영학 100년사의 주요 꼭지점들과 그 밑바닥의 화음들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장엄 교향곡 같은 책이다.
696쪽,2만5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