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K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 주차장에 자신의 승용차를 주차한 후 평소 사용하는 자동장금장치의 시건장치를 작동해뒀다. 근처에서 술을 마시던 H씨와 J씨는 서로 타인의 차량을 절취할 것을 공모,마침 이 아파트 경비가 병원에 입원한 틈을 타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이 사건 차량의 문을 열고 조수석 앞 대시 보드에서 보조키를 찾아내 혈중 알코올 농도 0.168%의 주취상태로 운전했다. 이들은 차도를 시속 약 60㎞의 속도로 진행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마침 맞은 편에서 진행해 오던 개인택시와 충돌,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게 했다. 차량 보유자(K씨)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자에 의한 절취운전의 경우 보유자의 차량관리상 과실 유무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먼저 자동차 보유자와 아무런 인적 관계도 없는 사람이 절취운전하는 경우 보유자는 원칙적으로 절취당한 시점에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잃어 버렸다고 본다. 따라서 이 차량의 사고로 인한 배상책임이 없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차량이나 시동열쇠 관리상 K씨의 과실이 중대할 때 객관적으로 자동차 보유자가 절취운전을 용인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또한 절취운전 중 사고 시간과 장소 등에 비춰 볼 때 자동차 보유자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잔존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절취당한 보유자에게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있는 것으로 인정해 사고 배상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주차해둔 장소가 아파트 주차장인 점,자동잠금장치를 작동한 점,차량을 절취해 간 시간,절취자가 입주민이 아닌 점 등에 비춰 K씨가 차량관리에 현저하게 주의를 결여했다고 보긴 어렵다. K씨는 H씨 등이 이 사건 차량을 절취해 감으로써 차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상실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상 운행자라 할 수 없다. 따라서 K씨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시킬 만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법원이 이를 기각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