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어처구니 없는 새 화폐 리콜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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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유통된 새 5000원권 가운데 홀로그램(위조방지장치)이 없거나 일부만 부착된 지폐가 잇달아 발견되자 한국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보관된 새 5000원권 지폐 가운데 결함 가능성이 있는 지폐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지폐는 무려 1681만7000장에 이른다. 조폐공사는 이번 리콜에 대해 회수된 물량을 폐기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재검사하는 목적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화폐가 국가경제에서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5000원권 발행 당시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서 "이제 우리나라도 국력에 걸맞은 최첨단 은행권을 갖게 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을 국민들은 기억한다. 혹 있을지도 모를 새 화폐의 결함(缺陷) 유무에 대해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할 당국이 홍보에만 바빴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폐 제조를 책임진 조폐공사는 물론 발권당국인 한국은행의 무책임한 자세다. 홀로그램이 없는 새 5000원권이 시중에서 최초로 발견됐을 때만 해도 화폐 소유자가 고의로 홀로그램을 제거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조폐공사와 한은은 결함 가능성을 한마디로 일축하더니 이후 계속 결함있는 지폐가 더 발견되면서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유통된 불량지폐 수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把握)조차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비슷한 결함을 가진 화폐가 얼마나 더 발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걱정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새 5000원권 지폐가 물과 세제에 약하다는 논란을 빚기도 한 상황에서 화폐에 대한 혼란과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지금 조폐공사와 한은은 책임 회피에 급급할 때가 절대 아니다.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분명히 파악하고 이를 고쳐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새로운 화폐 발행시에 유사한 일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조폐공사는 위조방지 장치에 또 다른 결함은 없는지,검사과정에 문제점은 없는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현재의 검사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서라도 화폐의 생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은도 이번 일을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信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