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란 < 가람감정평가법인 이사 srcha@cvnet.co.kr > 둘째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책상 위에 놓인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책은 중국 작가가 쓴 것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미리 생각하고 꼭 해야 할 일을 찾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에 대해 마흔 아홉 번째까지 세세하게 담아 놓았다. 첫 번째 '사랑에 송두리째 걸어 보기'부터 '소중한 친구 만들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등 모두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보고 싶은 일이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가장 행복하다고 외쳐 보기'를 소개하고 싶다. 58세의 직장인이 사장 앞에서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믿고 업무에 임함으로써 사장이 감동한 나머지 그를 영업담당 이사로 특별 승진시키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행복했던 나날이 모여 바로 오늘을 만든다는 것이다. 새털처럼 많은 행복했던 순간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므로 오늘 하루를 행복한 날로 만들 때 곧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여러 철학자들이 '행복론'을 통해 설파한 바 있지만,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찾아지는 것이라는 건 진리다. 하루하루를 구성하는 일상의 시간 속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찾고,삶에서 맞이하는 유쾌한 순간들을 웃으면서 바라보며,말로 표현하기 힘든 작은 감동들을 깊이 느낄 때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감동받는 횟수가 적어지고 마음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지만 매일 한 가지씩이라도 누구에겐가 감동을 줄 수 있는 이벤트를 연출한다면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정에선 멋쩍다 생각 말고 밸런타인 데이에 남편에게 초콜릿 선물하기,화이트 데이에 아내에게 애정 표현하기,토요일 오후에 부부끼리 소규모 공연이라도 보며 대화하기,덕수궁 돌담길 걷기,다 큰 아들 뺨에 뽀뽀하기 등의 이벤트로도 얼마든지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 역시 동료에게 커피 한 잔 먼저 권하기,칭찬할 만한 점을 찾아 말해 주기 등의 작은 일만 실천해도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철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理性)을 가진 합리적 존재라지만 과연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만 한 동물인가. 내 경우는 물론이요,보통 사람 대다수는 감정의 동물이 되는 순간이 더 많다. 동료나 직원이 하는 말이 아부성 발언임이 명확해도 듣기 좋은 게 사람 아니던가. 설사 그것이 인간의 한계라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