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볼티모어 등 미국의 6개 도시의 항만 운영권이 아랍 회사로 넘어가게 됐다는 소식에 미국 정치권과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조지 부시 행정부가 곤경에 처하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8일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회사인 두바이포트월드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항만 운영 회사인 영국의 P&O를 68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P&O는 미국에서 뉴욕 볼티모어 뉴저지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필라델피아 등 6개 항구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수가 확정되면 두바이포트월드가 이들 항구의 운영권까지 거머쥐게 된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부 여야 의원들은 이 거래가 국가 안보를 증진시키려는 정부의 노력과 배치된다며 거래 승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피터 킹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은 "항만 관리 인원을 어떻게 채용하고 누구를 채용하는지 미 정부가 사전 점검을 할 수 없다면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바버라 박서 상원 의원도 "9·11과 관련된 나라가 미국의 가장 큰 항구 운영권을 가져가는 건 웃기는 일"이라며 "매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난처해진 것은 부시 행정부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이 내부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22개 아랍국을 포괄하는 자유무역지대(MEFTA)를 2013년까지 완성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데 UAE는 이 지역에서 미국과 무역 규모가 세 번째로 큰 나라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무역정책연구센터의 대니얼 그리스월드 소장은 "(거래 승인을 취소할 경우) 자칫 중동 지역에서 추진하는 무역자유화 정책이 물 건너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