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부 레이테섬의 한 마을에서 17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적어도 300명이 숨지고 1500명 이상이 실종됐다. 필리핀 적십자사의 리처드 고든 총재는 이날 오전 10시45분께 레이테 섬 남부 세인트버나드의 기온사우곤 마을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며,500여가구와 마을 전체가 토사에 파묻혀 형체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고 지역엔 산사태 외에도 진도 2.6의 지진까지 함께 겹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 생존자는 라디오방송 회견에서 "마치 산이 폭발하는 것 같았으며 순식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며 사고 순간을 떠올렸다. 적십자사 관계자들은 사고 당시 초등학교에 수백명의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이그나시오 분예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은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구조대가 현장에 급파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마을 주민 25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추산된다"며 "가장들이 일을 나간 사이 집에 남아 있던 여성들과 어린이들의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레이테 섬에서는 지난 1991년에도 집중 호우와 산사태로 60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