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3종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의 재건축 용적률을 210%로 제한함에 따라 강남 재건축 시장이 된서리를 맞게 됐다.


용적률 제한은 정부가 재건축 사업에 대한 안전진단 강화 등 고강도의 8·31 후속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재건축을 추진중이거나 추진할 계획인 아파트 단지들은 '엎친데 덮친 격'인 상황에 놓여 당분간 재건축사업은 긴 휴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용적률 상향 조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치솟았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17일 매수문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일부 단지는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정도 떨어지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언젠가는 재건축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강해 호가가 급락하거나 매물이 늘어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매수세 잠잠해져


이번 용적률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중개업소에는 이날 오전부터 매물을 찾는 매수문의가 뚝 끊겼다.


용적률이 230%까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돌면서 올들어 10억5000만원까지 뛰었던 34평형 매매호가도 2000만원 선 안팎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H공인 관계자는 "호가가 다소 내렸지만 그동안의 오름폭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매물을 내놓을 때가 아닌지를 상의하는 집주인들도 있지만 실제로 매물을 던지는 경우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은마아파트 용적률이 197%인데 재건축 용적률 상한을 210%로 정한 것은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는 명백한 사유권 침해"라며 "이미 재건축이 끝난 다른 강남권 아파트들과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은마아파트와 함께 210% 용적률을 적용받게 될 대치동 쌍용아파트의 호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내 G공인 관계자는 "대선 전후에 가면 재건축 정책도 달라질 것으로 믿는 주민들이 많아 현재로선 가격이 크게 내려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층고제한 완화 단지는 '시큰둥'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돼 층고제한이 풀린 아파트 주민들과 중개업소에선 "그다지 호재랄 것도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용적률이 210%로 묶여있는 상황에서는 층고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치동 청실아파트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예전같으면 호재라며 들썩였을 일인데도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조용하다"면서 "소형평형의무비율과 임대아파트 건립 등으로 이미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최근엔 개발부담금까지 논의되고 있어 미래가치가 불확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낮은 용적률로 수익성이 없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단지들이 많아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잠실 우성아파트 인근 우성공인 이동진 사장은 "우성아파트 1~3차의 경우 26~52평형으로 구성돼 있어 리모델링을 하면 30~60평형대 아파트 단지로 거듭날 수 있다"면서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억지로 소형 평형 비중을 맞춰야 하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하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이상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