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 붐 세대가 다시 일터로 돌아오고 있다.


선진 각국 기업들은 노하우가 풍부한 베이비 붐 세대의 대거 은퇴로 '노하우 공백'이 우려되자 고령 근로자들을 활용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퇴직한 베이비 붐 세대도 연금 등의 혜택이 줄어들면서 다시 일자리를 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8일자)는 호주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퇴직자를 고용,이민을 주선할 정도라며 베이비 붐 세대의 재취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인력 고갈 비상


베이비 붐 세대는 1946년에서 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로 올해 처음으로 60세를 넘겼다.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IBM은 최근 자체 서베이에서 베이비 붐 세대가 퇴직하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남은 인력들이 그 공간을 메우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고급 두뇌와 전문인력의 고갈 현상(Brain Drain)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주항공과 방위산업 분야 일부 회사에서는 40%에 가까운 인력들이 향후 5년내 퇴직 대상이 된다고 전했다.


반면 선진 각국 공대 졸업생 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전문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는 선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노동력 고령화와도 연관성이 깊다.


유럽연합 내에서 50~64세 노동자는 지난 20년간 25% 늘어났다.


반면 20~29세 노동자는 20% 줄어들었다.


미국에서 55~64세 노동자는 2000~2010년에 50% 이상 늘어날 전망인데 35~44세 노동인구는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 근로자 반기는 기업


기업들은 브레인 드레인(노하우 공동화)에 대비해 특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산업용 기계 생산업체인 디어 앤드 컴퍼니는 자신의 회사에서 오래도록 일할 직원들을 선호한다.


이들 직원이 늙어갈 것을 고려,△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원격지 근무(텔레커뮤팅)를 가능하게 하고 △일하기 좋은 공장 환경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총 4만6000명의 직원 중 50세 이상이 35%를 차지하고 있다.


40년 이상 재직자와 70세 이상 직원들도 상당수다.


일본 도요타는 공장 작업대를 연령대가 높은 노동자를 위해 개선했다.


BMW는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에 새 공장을 세우면서 노동자를 45세 이상만으로 배치했다.


퇴직자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도 신경쓴다.


IBM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위해 퇴직자들을 다시 채용하는 데 이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3만명의 퇴직자를 갖고 있는 회계법인 언스트 앤드 영은 경력직을 채용할 때 25%가량을 퇴직자 가운데서 뽑아 쓴다.


미국 LA타임스에 최근 소개된 기사에 따르면 호주의 한 기업가는 퇴직한 미국 엔지니어들을 이민을 주선하면서 까지 자신의 기업에 채용하고 있다.


◆임금체계 개선 등이 과제


미국과 영국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나라에서 근무 연한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임금체계를 갖고 있어 나이든 노동자를 고용할수록 기업의 부담은 커진다.


또 노년층 취업이 늘어나면 젊은 매니저가 나이 많은 부하직원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이 밖에 미국 회계법인의 경우 파트너는 50대 중반이면 물러나야 하는 등 조기 퇴직이 각 산업에서 제도화돼 있는 점도 장애물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