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사 4층 회의실.


오전 8시30분에 시작된 마케팅전략 회의는 점심시간도 건너 뛴 채 오후 1시까지 이어졌다.


난상토론 끝에 내려진 결론은 '영업전략 긴급 수정'이었다.


VIP 고객에게 맞춰온 '불황기 마케팅' 전략을 중산층까지 폭넓게 겨냥하는 '호황기 마케팅'으로 선회하자는 것.


부도업체가 급감하는 등 경기 회복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일선 유통업계가 바빠졌다.


따로 놀던 지표경기와 실물경기가 동반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백화점들은 지난 3년 동안 지속해온 불황 마케팅 전략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기 시작했다.


할인점들도 기대 이상의 매출 신장세에 고무돼 지금껏 미뤄놨던 신규 점포 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물·지표경기 선순환 본격화


작년 말 5년 만에 백화점 연말세일 매출 신장률이 20%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 1월 설 세일행사의 매출 신장률도 3년 만에 두 자릿수를 넘어서는 등 실물경기 호조세가 뚜렷하다.


이달 들어서도 16일 현재 신선식품을 제외한 의류 가전제품 등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매출 신장률이 두 자릿수의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백화점들은 한 해 구매액 500만원 수준의 '소비 중산층' 끌어안기에 적극 나설 태세다.


침체기 동안 지갑을 좀체 열지 않아 주목을 끌지 못했던 이들 계층의 씀씀이가 최근 경기 회복과 맞물려 빠르게 증가,백화점의 새로운 매출 신장 원동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희준 현대백화점 마케팅팀 차장은 "2월 들어서도 각 부문 매출이 기대 이상"이라며 "기존 VIP 고객뿐만 아니라 연령별,지역별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다양한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할인점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간 미뤄온 신규 점포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마트가 올해 15개(중국 3개점 포함)의 매장을 새로 열기로 한 것을 비롯 홈플러스(16개) 롯데마트(12개) 한국까르푸(7개) 등도 대대적인 점포 확장계획을 확정했다.


◆다시 살아나는 창업열기


창업이 활성화하면서 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가는 입주 기업이나 예비 창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17일 현재 전국 274개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기업은 4261개로 지난해 말에 비해 130개 늘어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입주 기업이 171개 늘어났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증가세다.


창업보육센터 내 예비 창업자들의 창업도 늘고 있다.


박소영 연세대 창업보육센터 과장은 "올 들어서만 예비 창업자들이 3개의 법인을 설립했다"며 "이 중 두 곳은 학생 벤처로 최근 들어 학생들의 창업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민·송태형 기자 gmkdm@hankyung.com